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동화를 한번쯤은 다 읽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램프의 요정을 보고 나는 어떤 소원을 빌까 생각해봤던 적이 있다. 그때 마지막 소원은 '3가지 소원을 또 이루어줘'라고 해야지 하며 나름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지금도 별차이가 없이 세가지 소원이라면 당연히 또 소원을 들어달라는 소원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욕심많은 어른이기도 하다.

램프의 요정말고도 또 세가지 소원을 이야기하는 동화가 있었다. 바로 요한 페터 헤벨이 쓴세 가지 소원이라는 동화인데, 노부부와 소시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나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읽은 <인생을 배우다>는 서울대에서 독일 명작의 이해라는 명강의로 많은 학생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전영애의 책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동화를 몇 권 번역했는데, 그 중에 헤벨의 동화집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그저 웃긴 이야기로 기억했던 그 이야기 뒤에는 작가가 직접 생각한 현명한 정답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소원은,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지 알 수 있는 지혜를 달라는 것.

둘째 소원은 무얼 빌어야 할지 물어서 알게 된 그 소원을 비는 것.

마지막으로 빌어야 할 세 번째 소원이 중요한데, 바로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나서 솔직히 뒷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마지막 소원은 영원히 만족할 수 없게 되는 덫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항상 더 하고 싶어하고 더 갖고 싶어하고 모든지 더더더를 외치다보면 절대 만족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영원히 후회라는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음에도 나는 내가 어린 시절 생각했던 마지막 소원에 아직까지도 만족하고 있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소원으로 가장 적절한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회가 없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순간이 또 있을까? 몇일전에 아는 동생과 시한부 선고라는 것이 자신의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는 일이라 도리어 좋은 일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나는 절대 아니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 스스로가 그 어떤 시점에 삶을 정리하더라도 후회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욕심만 내고 후회만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전영애가 전하는 <인생을 배우다>는 그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또 다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

살아보니, 쓸데없는 계산하느라, 남들과 비교하느라 힘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면 제법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