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의 시대 -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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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세계적 뇌과학자 에릭 캔델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집필한 <통찰의 시대>. 이 책에서 그는 ‘Insight’, 통찰력과 창의성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데, 가장 주요한 무대로 세기말 빈 즉 1900’의 시대로 우리를 초대한다. 빈 대학을 중심으로 과학자와 예술가 사이의 대화를 자극한 통합적 지적 분위기가 넘치던 시대이다.

마음의 과학을 생물학이라는 토대에 올려놓으려는 시도를 했던 지그문트 프로이트. 물론 그 시도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곰브리치가 등장해 미술의 시지각과 생물학 사이에 다리를 놓기도 하는걸 보면 말이다. 어찌했든 그 행보를 금새 포기하고 마음의 과학의 토대를 마련할 심리학에 집중한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으로 무의식에 대한 이론을 펼치는데, 그는 지금까지도 심리학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고등학교때 필수도서에 보면 이 책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룬 그의 연구에 대한 간략한 과정도 꽤 어렵게 다가오는 것을 봐서는 그 책을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나에게 사과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당대의 문학가, 화가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내면생활에 주목했던 슈니츨러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클림트가 등장한다. 그는 빈 미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모더니즘 운동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꿈속의 무의식을 묘사하며 단절된 시각적 이미지의 단편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프로이트처럼 클림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의식의 단편적 본질에 주목했다. 그리고 캔버스에 재창조하려는 기존 화가들의 입장을 버리고 내면의 자아와 무의식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했던 구스타프 클림프와 무의식적 본능을 고도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탐구한 오스카 코코슈카가 등장한다. 그는 기존의 관찰과 묘사의 방법이 아닌 변형과 과장을 통해 심미적 충격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죽음으로 빈의 표현주의 시대의 종언을 알린 에곤 실레는 실존주의적 불안을 작품에 녹여 가시적으로 드러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뇌과학자인 에릭 캔델이 이 세명의 화가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들의 작품, 특히 초상화가 과학적 탐구에 적합한 미술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풍부한 감정적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이 그들이 전달하고 싶어하는 감정을 어떻게 지각하고 식별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뇌과학과 예술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다양한 방법으로 탐구한 프로이트, 슈니츨러, 클림트, 코코슈카, 실레와 그들이 살아간 시대 1900’에서 넘쳐흐르든 마음과 감정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에 대한 소개를 상당히 자세하게 해주고 있다.

그 후 앞에서도 언급했던 곰브리치는 심리학적 통찰 지각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소위 말하는 순수한 눈은 존재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즉 관람자는 지각, 감정, 감정이입의 3단계로 미술작품에 접근하며, 무의식적인 해석과 미술작품이 갖고 있는 애매성은 작품과 관람자가 만들어내는 반응의 핵심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해석에 대한 것이 시지각의 본질적인 부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개인의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편집가능하며 편향적일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인지심리학과 생물학으로 본 예술앞에서의 시각, 감정 반응에 대한 연구를 만날 수 있는데, 책의 분량이 두 배가 되더라도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써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기는 분량이기도 했다. 사실 감정과 감정이입에 대한 생물학적인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세기말 빈에서 시작된 대화와 마음의 과학과 뇌의 과학이 융합된 20세기 말 인지 심리학으로 이어지고 또 뇌의 매커니즘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에릭 캔델은 이 흐름이 결국 지성사의 새로운 시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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