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코 서점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4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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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기묘한 일 한두 가지 즈음 생기기 마련이라던가? 저 세상과 통하는 문이 있다는 소문이 있는 절 가쿠지사. 그리고 근처 아카시아 상점가에 자리잡은 간판글씨마저 고루한 오래된 서점. <사치코 서점>은 그 두 곳을 기둥으로 하여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사치코 서점 주인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닮았다고 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자살하지 않고 순조롭게 나이를 먹었다면 그런 모습이었을 거라고 했다. 아이들의 눈에는 1010분을 가리키고 있는 듯한 눈썹, 성인의 눈에는 50도정도로 위로 향해있는 눈썹 아래로 문학자의 기질이 번뜩이는 눈빛과 딱딱한 표정이라. 유명한 라쇼몽같은 소설의 표지에 찍혀있는 그의 사진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서점 주인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거 같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노년기를 불러다 놓은 것도 흥미롭다. ‘어렴풋한 불안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유서로 남긴 이 말만큼 그를 잘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그래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듯한 불안한 공간이라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만큼 참 잘 어울리는 인물도 없을 거 같다는 느낌도 든다. 7개의 단편이 하나의 퍼즐을 만들어내 듯 서점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그 형태를 드러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참하게 살해를 당하고 나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유령으로나마 돌아온 남자, 친형으로 최선을 다 했던 의붓형을 기다리는 동생, 가미카제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남자와 시공간을 넘어 책갈피 편지를 주고받은 여성, 쓸쓸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은 고양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닮은 노인의 이야기까지. 짧고 기묘하지만 참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책이었다. 부인 사치코에 대한 미안함으로 서점을 떠나지 못하는 주인아저씨에게 찾아온 천사의 존재도 그러했다. 문득 사치코 서점 주인아저씨의 말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유령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천사였노라 하던. 원래의 나라면 무서운 이야기라면 질색을 할텐데, 이 책은 너무나 착한 혹은 너무나 쓸쓸한 그래서 사람들 곁에 찾아오는 천사들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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