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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 - 이병도와 그 후예들의 살아 있는 식민사관 비판
황순종 지음 / 만권당 / 2014년 9월
평점 :
뭐 지금도 큰 차이는 없겠지만, 우리는 주어진 답 중에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한 세대이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암기를 해야 하고, 거기에는 본질을 탐구하는 ‘왜’라는
질문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 역시 ‘한사군’의 이름을 기계식으로 암기했었는데, 사료를 바탕으로 검토를 해봐도
한사군의 존재는 상당한 모순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만약 식민사학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오래 전에 짧은 기간 유지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역사공부를 하게 되면 ‘한사군’의 명칭을 외우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식민사관의 감춰진
맨얼굴>을 읽다 보니 ‘한사군’이라는 것이 일본이 조선을 지배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장치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과 몇 십 년 유지된 한사군의 지배로 우리가 철기문화를 수용하는 혜택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한민족의 오랜 역사가
흘러오는 동안,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에 의해 억압하면서 그들의 선진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었다는
의식을 내재화하게 하는 첫 단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하다. 일본의 역사를 배우다 보면 5세기부터 도래인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로 한반도나 중국대륙에서
넘어간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인데, 그들은 선진문화를 함께 갖고 넘어와 일본사회에 큰 반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거의 300년에 이르는 시기동안 이루어진 일도 그들이
일본 속으로 어떻게 동화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우리의 교육은 확실히 특이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이유를 바로 ‘식민사관’에서
찾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조선시대 역사왜곡을 전담한 조선사 편수회의 일본 사학자와 거기에 동조한
우리나라 사학자들이 해방 후에도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 주류를 차지하게 되면서, 우리의 역사는 식민사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집필한 작가의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고, 독학으로 역사공부를 해왔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주류에서 비껴나가 있지 않으면, 우리나라 역사를 제대로 된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식민사관의 계보와 쟁점 별 식민사관 비판이라는 두 줄기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역사시간에 암기했고 지금도 역사적 사실이라고 여기는 것들 중 상당수를 다시 한번 재검토해봐야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내년부터 바뀌는 초등학교 5학년 사회가 교과서의 실험본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들은 바로 일본 관점에서 서술하는 문항들이었는데,
‘의병의 활약에 놀란 일본은 군대를 늘려 전국의 의병들을 소탕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일본은 쌀을 수출하는 항구, 교통의 중심지… 중심으로 도시를 개발하였다’라는 식이었다. 만약 이 교과서가 그대로 학생들의 손에 쥐어진다면 아이들은 의병을 소통의 대상으로, 그리고 일본의 쌀 수탈을 수출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아이들도 걱정이지만, 일단 내 역사지식에
대한 점검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