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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마추어의 미술작품 쉽게 읽기 - 서울예고 학생 16명의 작품에서 배우는 미술작품 감상과 비평
조준모 외 15명 지음 / 밥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을
기점으로 현대미술로 넘어가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전의 미술은 확실히 감상하는 것이 쉬운 편이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고,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미’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화폭 밖의 모습을 화폭 안으로 끌어들에 재현하는 이런 작품세계를 그리스사람들은 '미메시스(mimesis)'라고
하여 원본과 복제품이 가까울수록 더 좋은 작품으로 여겼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정도의 느낌으로 미술작품에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감탄하고 싶고 찬사를 보내고 싶은 수준이랄까? 그런데 예술사조의 흐름을 따져보면 반발의 연속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현대미술의 ‘시뮬라클’에 반발하여 사진보다 더 사진 같이 재현해내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사조가 생기기도 했다는데, 생각해보면 그런 작품을 볼때는 노작의
산물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느낌이 들때가 더 많은거 같기는 하다. 그런걸 보면 어쩌면 지나간 화려한
시절에 대한 ‘미메시스’를 즐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대미술은 확실히 스스로 읽어내고 이해하고 해석해서 수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처럼 내가 까다로워하는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읽게 된 <어느
아마추어의 미술작품 쉽게 읽기> 이 책에서는 현대미술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원본과 복제품의 차이를
없애버리는 ‘시뮬라클’과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을 전달하기
위한 ‘숭고’라는 두가지 핵심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철학가의 시선으로 미술작품을 바라보자는 제안도 한다. 그래서
여러 철학가의 이야기도 간략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라는 작품을 라캉이 분석한 것을 읽으면서 화가가 요구했던
것이 바로 현대미술을 읽어가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처럼 여러 철학자의 안경을 쓰다보면
결국은 자신에게 맞는 나만의 안경을 맞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직접 작품을 만들고
서로 평을 한 서울 예고 학생 16명의 시선도 따라가볼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임혜린 작가의 ‘숭고한 칸트의 미학’은
독특한 동양화라는 느낌과 함께 마치 공익광고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주었다. 나와 비슷한 감상을 읽었을
때면 괜히 즐거워지기도 한다. 문구 부분을 확대해서 보여주기 전까지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 구도를 보는 순간 바로 광고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어떻게보면 상당히 고정된 생각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작품을 하나하나 보기 전에 이미 내가 갖고 있는 판단의 기준에 작품을 끌어다 놓고 재단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면에서는 옥정빈 작가의 ‘이웃집 토토로와
우리의 이웃’이라는 작품도 그러했다. 이 작품을 보자마자
인터넷에서 한때 화제가 되었던 토토로 인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토토로인형을
보고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그 후로 ‘여기로 놀러왔네요~’ 하는 식의 인증샷이 이어지면서 마치 토토로가 여행을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내가 바로 인식하지 못했던, 우산살만
남아 있는 우산이었을 것이다. 토토로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기억을 할 것이다. 자신의 커다란 덩치에는 많이 작아보이는 연잎 우산으로 머리만 겨우 가리고 있던 토토로를.. 우산에서 또르르 떨어지는 빗물이 토토로의 코에 콩콩 닿던 장면까지~ 그때
사츠키가 건낸 우산을 쓰고 행복해하던 토토로였는데, 작품을 보면 볼수록 영화속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동떨어진
우리의 현실이 느껴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