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 -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아빠의 서재에서 몰래 정비석이 쓴 <김삿갓>을 꺼내다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은근히 내용이 야한 부분이 있어서 내가 읽기에 이르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은데,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에서 김삿갓 마을이 나오니 한 처녀와 나누었던 시가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정말이지 바람 따라 흘러가는 구름처럼 살아갔던 김삿갓의 이야기뿐 아니라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시들도 참 좋았다. 이 책에서는 한자의 자획을 나누거나 합쳐서 맞추는 파자놀이를 이용한 시가 한 수 소개되어 있었다. “하늘이 관을 벗고 한 점을 얻었으며첫 구절만 읽어도 머릿속에서 한자가 마치 퍼즐처럼 움직이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려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김삿갓처럼 전국을 유람하며 그 곳에 담겨 있는 선조들의 풍류와 운치, 그리고 사색과 통찰을 담아내고 있다. 산에 구름이 걸려 있는 모습을 좋아해서 산울림의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를 곧잘 흥얼거리는 나로서는, 이미 산 이름부터 구름이 가다가 산에 걸려서 멈춘 산이라는 뜻을 가진 운길산에 수종사를 찾아가보고 싶어진다. 심지어 다산이 어린 시절 즐겨 찾던 곳이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간다. 뿐만 아니라 20여 년간 제주의 모습만 담아온 김영갑의 사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는 김영갑 갤러리에도 발길을 돌려보고 싶다. 물론 그의 사진작품도 인상적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 김정희님처럼 그가 루게릭병과 싸우며 굳어져가는 손으로 일일이 빚은 토기인형이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 이런 이야기를 몰랐으면 그냥 스치듯 지나쳤을 그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는 서대문 북쪽에 있는 연못 서련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지금은 사라져서 표지판만 남아있다고 하니, 그 길을 지나더라도 보지 못할 확률이 더 클 거 같다. 하지만 그 곳은 다산시문집에 나오는 낭만적인 모임이 이루어지던 장소이다. 따로 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맞는 꽃이 피면, 첫눈이 내리면 모이자는 그런 운치 있는 공간이다. 옛 선비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연꽃이 피는 소리라 하여, 그 소리를 듣고자 그 곳에 모이곤 했다. 왠지 그 표지판 앞에 서면 그 모습들이 눈에 선할 것만 같다. 연꽃하니 연꽃차를 마시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실 나도 연꽃뿐 아니라 꽃이 들어간 차를 즐기는 편인데, 뜨거운 물에 피어나는 꽃의 자태는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감동적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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