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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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나에게 그의 작품은 청소년시절과 같은 느낌을 준다. 학창시절 우리 학교에는 그런 공간이 있었다. 산을 끼고 있던 학교라 숲 속의 동그란 공터 같은 곳에 정말 오래되어 보이는 책걸상을 얼기설기 쌓아놓았다. 졸업을 앞두고 정든 교정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면서도 그 곳을 찾았을 정도로 나와 친구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을 참 많이 읽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던 작품은 <수레바퀴 아래서>였다. 그렇게 학창시절의 나를 붙잡아주었던 헤르만 헤세를 작품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만날 수 있다니 설레이는 마음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만약 내가 학창시절이나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헤르만 헤세에게 정말 많이 실망하고 그의 작품을 읽으며 받았던 감동들에 의문을 가졌을 거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라도 살라던 아빠의 말이 얼마나 어려운 요구인지 알게 되었고, 또 다르다는 것이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특성임을 아주 조금씩이나마 이해해가는 내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와 그가 사랑했던 아니 그가 한때는 사랑했고, 그에 비해 헤세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에게 헌신했던 세 명의 여인, 마리아 베르누이, 루트 벵거, 니논 돌빈을 통해 헤르만 헤세를 바라보는 것도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여자의 입장이라 그런지 어쩌면 사람이 그렇게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 ‘왜 그렇게까지 자신만을 사랑하는 남자에게 헌신할 수 있을까?’하며 순간순간 울컥하면서 읽기는 했다. 물론 헤세의 사랑이 지나치게 기형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그 어떤 순간에도 공평할 수 없다. 특히나 그 순간에는 잘 모르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빛났던 순간보다 아픔이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렇게 편지나 문서를 통해 헤르만 헤세의 사랑을 바라보는 것도 조금은 그런 부분에 대한 보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동화책에서 결혼 이후의 삶을 다루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내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서기에는 헤르만 헤세라는 인물이 지나치게 이상적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가 살아간 삶이든 사랑을 보면, 그가 추구하는 정신적인 세계나 동경하는 삶과 실제 그가 처한 현실이 끊임없이 부딪치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가만히 내 삶을 돌아보면 나 역시 그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헤르만 헤세 역시 그렇게 끊임없이 부딪치고 방황하고 수용하면서 그렇게 살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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