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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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의 시 전편에서 고르고 고른 100편의 시구를 만날 수 있는 <시의 황홀> 이 책을 엮은 김형수는 고은의 50주년 기념 작품집을 엮으면서 “50년 동안의 사춘기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고 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그 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참 어느새 꽤 많은 것들에 덤덤해지고 있는 나를 돌아보며 책 표지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원을 이루는 수많은 사각형 중에 일부가 조명에 비쳐 반짝였다. 어쩌면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를 써온 고은의 작품에서 그가 골라낸 이 시들도 그런 반짝임을 주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짙은 감수성이 베어있는 아름다운 글속에서 내 마음을 파고들은 시가 있었다. 그 시구들은 점점 무뎌지고 있는 내 정신을 반짝이게 해주고 예민했던 사춘기의 감성을 잠시나마 깨워주기도 했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그리움> 일부

나는 늘 바다를 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에 시선을 뺏기곤 한다. 그래서 바다가 마치 나 여기 바로 니 곁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 듯 내 발등을 간질이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래서 이 시를 읽는 순간 난 참 먼 곳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참 어리석은 것이 늘 나중에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새벽에 쫓아나가 빈 거리 다 찾아도

그리운 것은 문이 되어 닫혀있어라

<여수3> 전문

모든 시에 다 그러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엮은 시인 김형수의 해설이 함께하는 시들이 있다. 그 중에 떠다니는 자의 우수가 담겨 있는 '여수'”라는 해설을 보며 문득 나는 떠다니는 자인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 시를 읽으면서 내 마음을 들킨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리움>이라는 시를 읽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꾸만 저 먼 곳만을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떠다니는 자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순간의 꽃>한 토막

딱 읽는 순간 바로 내 일기장에 적어놨던 시이다. 만약 가능하다면 모든 페이지에 인쇄를 해두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이지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떠밀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싶어진다. 오늘은 나는 내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나? 아니면 누군가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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