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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백과사전 - 고대부터 인간 세계에 머물렀던 2,800여 신들 ㅣ 보누스 백과사전 시리즈
마이클 조던 지음, 강창헌 옮김 / 보누스 / 2014년 7월
평점 :
어렸을 때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선물 받곤 한 권씩 꺼내서 읽어보는 게 소일거리였었다. 그 책과 함께하면 하루하루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지금까지 그때 읽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에
느꼈던 행복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번에
<신 백과사전>을 읽으면서도 참 즐거웠다. 보통
‘신’이라고 하면 서양의 지배적인 신앙으로 자리잡은 그리스와
로마의 고대종교에 등장하는 신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수많은 신들이 여러 문화에 존재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비슷한 속성(?)을 갖고 있는 신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어느 정도 공통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예를 들면 이집트의 어머니의 여신이자 사랑의 여신인 ‘하토르’는 그리스 로마 지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에게 사랑과 미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는 ‘아프로디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먼저 찾아본 신도 바로 ‘하토르’이다. 내가 신에 대해서 많이 접하게 된 것은 다름 아닌 환타지 소설에서였다. 그리고 ‘하토르’는 퇴마록에
등장했던 여신인데, 사랑의 여신인 하토르가 분노에 빠졌을 때 암사자의 얼굴로 등장하게 되는 ‘세크메트’의 분노가 현대에 퍼부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책에서는 하토르에 대한 이야기만 등장해서 조금 아쉬웠다. 혹시 이
책과 세트로 출간된 <악마 백과사전>에 등장할까
하는 생각에 찾아보다 보니 <악마 백과사전>에는
삽화와 사진자료가 어느 정도 등장하는 거 같았다. <신 백과사전>에는
그런 것이 없어서 그 모습이 궁금할 때는 하나하나 찾아봐야 되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백과사전처럼 'ㄱㄴㄷ' 순서에 따라 분류가
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신끼리 연결되어 있는 점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제일 관심 있게 본 힌두교의 신들에서 창조신 ‘브라마’에 대해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삼신 일체적 최고 창조신이라 불리는
‘비슈누’와 ‘시바’를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읽다 보면 또 신의 의인화된
모습인 ‘샥티’로 향하게 되고 ‘샥티’가 행사하는 시바의 힘 대해서 읽다 보면 폭력적인 힘을 행사하는
‘칼리’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시바’는 ‘하토르’와 비슷하게 창조자이자 파괴자인 모습을 보이는 신이었는데, 이렇게
두 얼굴을 갖고 있는 신들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두 얼굴의 신이라는 ‘야누스’에게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첫 장부터 차분히 읽지 않더라도 자신이 아는 신을 찾아보고 그 신에서부터 같은 문화권이라든지 비슷한 성격을
지는 신에게로 다양하게 움직이며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문명별, 주제별 찾아보기 색인이 준비되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