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법정에 서다 - 신화와 환상에 가려진 석굴암의 맨얼굴을 찾아서
성낙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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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석굴암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동해에 해가 떠오르면 그 햇살이 토함산에 자리잡은 석굴암 본존불의 이마에 있는 보석에 비친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심지어 그 보석은 일본인들이 훔쳐갔다는 이야기로 곁다리로 따라오곤 했다. 그래서 지금의 석굴암은 신라인들이 설계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복원과정에서 신라시대의 기술과 절묘한 구조를 재현하지 못해 습기가 차서 유리벽안으로 갇히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도 줄줄이 나오곤 했다.

그런데 석굴암과 동해의 햇살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를 만나게 되었다. 석굴암을 소재로 한 소설을 기획하다 석굴암은 원래 개방식 구조였다던지 햇빛이 들어오는 광창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기존 학계의 인식의 의문을 품고 석굴암에 대해서 20여 년간 연구를 해온 성낙주이다. 그는 <석굴암, 법정에 서다>를 통해서 우리가 석굴암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동해의 햇살에 대한 것이 얼마나 왜곡된 시선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고 인공석굴사원으로서 석굴암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예루살렘에 간 예수가 물건을 파고 사는 사람들로 엉망이 된 성전의 앞에서 "이것들을 치우시오. 내 아버지의 집을 저잣거리로 만들지 마시오."라고 말했었다. 석굴암이 원래 개방식 구조였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불교성전인 석굴암을 저잣거리로 만들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는 것이다. 종교성전은 동서를 막론하고 세속적인 공간에서 분리된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런데 석실을 노출시켜버리면 유일한 인공의 조립식 석굴사원인 석굴암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일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문제는 바로 파손되어 석실자체가 노출되었던 석굴암을 복원하는데 조선총독부가 앞장서면서 시작되었다. 거대한 암벽을 파고 들어가 불상을 봉인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신라시대의 예술과 기술이 집약된 석굴암을 본 일본인들은 ‘일본해’에서 떠오르는 ‘야마토의 태양’이 석굴암에 비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들은 자신의 고유 종교인 신도의 최고신이자 천황의 조상신은 태양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가미가 석굴암에 깃드는 광경을 보는 듯한 감동을 받았고, 그런 이야기들을 기행문이나 감상문에 남겨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도리어 우리 선조들이 남긴 지리지나 문집을 보면 석굴암을 태양과 연결시키는 이야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과 신라시대 문헌을 보면 태양이 아닌 별과 친근한 정서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우주 삼라의 진리를 깨닫는 순간 고타마 싯다르타 태자가 본 것은 태양이 아니라 샛별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고려해볼 때 석굴암과 태양을 연결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사람들이 마치 잊혀져 가는 옛날 이야기처럼 알고 있는 그 이야기가 도리어 근대에 만들어진 신화일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조선총독부는 그때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엄청난 거금을 들여 석굴암을 복원하면서 보호시설조차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석굴암의 본존불과 그를 둘러싼 조각들은 동해의 소금안개에 휘감기고 눈비가 들이치는 환경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당시에 찍힌 본존불의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하다 못해 마음이 아리다는 느낌이 든다. 석굴암을 지켜줄 기와 한 장 얹을 수 없었던 시대의 아픔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1960년대에 석굴암 복원공사를 하면서 문화재 관리국은 석실 법당의 안전을 지키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하지만 우리 학회는 아직도 일본이 만들어낸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이처럼 조금은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 제외하고도, 그냥 상식 선에서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밀폐구조인가? 개방구조인가? 라는 것이다. 예부터 집이라는 공간은 ‘안전한 은신처’로서 역할 해왔다.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창문을 닫기 바쁘고 제습기를 틀어대면서 본존불을 봉안한 석굴암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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