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인의 사물들 - 시인의 마음에 비친 내밀한 이야기들
강정 외 지음, 허정 사진 / 한겨레출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시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즐겨
읽는 시집에 대한 추억은 꽤 많다. 특히 나의 학창시절에 사랑 받았던 예반의 시는 지금 다시 읽어보아도
꼭 내 마음을 그대로 투영해놓은 듯 해서 놀랍기도 하다. 문학시간에 웃음꽃을 피게 한 김상용님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의 한 구절 “왜 사냐건 웃지요”는
생각날 때마다 날 그때처럼 웃게 한다. 그런게 시인들이 갖고 있는 섬세함과 감수성 그리고 독특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그냥 평범하게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향과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사람들이 시인이 아닐까?
이번에 읽게 된 <시인의 사물들>은 나의 그런 생각을 더욱 굳건하게 해주기도 했다. 52인의
시인들의 마음속에 있는 사물들, 그 사물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세상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매일매일 한 구절씩 읽을 수 있게 만들어진 명언집에 오늘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글이 있었다. “허물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 관점을
바꾸지 못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 관점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인데, <시인의 사물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빌려주었다.
어린 시절 한글을 빠르게 깨우쳐서 길에서 간판을 잘 읽어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는 외국어 공부에 열중하면서 간판을 보면 그때 배우는 외국어로 말을 바꾸고, 밑에 있는 전화번호도 외국어를 입에 붙이는 용도로 읽어보곤 했었다. 그렇게
늘 기능적으로만 간판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시인 유병록의 글을 읽으며 간판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요즘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많아져서 그런 다채로움이 줄어들었지만, 꽤 독특한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간판을
바라보던 유병록은 주인이 얼마나 어렵게 저 이름일 지었을지? 어떤 주인일지 상상해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문득 나는 간판마저도 내 중심으로 바라보고 이용하기만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나도 간판과의 즐거운 놀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전자메일로 대체되어버린 편지, 냉장고에서
소멸을 유예중인 음식들, 소식이 전해져 오는 공간에 주목한 서양과 새롭다는 시간적 개념에 주목한 동양의
차이가 느껴지는 NEWS와 신문, 낯선 타인을 알고 싶은
너로 만들어주는 가로등까지…. 52명의 시인들이 52가지의
사물에 담아낸 섬세한 이야기들은 나의 마음의 눈까지 세밀하게 다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