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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0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잃어버린 여자 앨리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세아이의 엄마이고 남편과는 이혼소송중이고 친구같았던 언니와는 서먹한 사이고
시아버지와 친엄마는 결혼을 했다. 거기다 통통을 살짝 넘어서는 체격에 먹는걸 사랑하고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을 싫어하던 자신은 잘 가꾼 몸매에 모든 일정을 목록화해야 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열성엄마가
되어 있고, 심지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교장과 연애를 하고 있다니.
만약 내가 그 상황이라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고 싶어질 것 같다. 도대체 10년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산소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하던 남편은 자신의 목소리만 들어도 질색을
할까?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기억상실증을 소재로 많이 다루긴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의 심리를 잘 파헤친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린 앨리스는 10년 후의 앨리스를 ‘새’앨리스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르게 변해버린 ‘새’앨리스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분통을 터트릴 때가
더 많았던 거 같다. 뭐랄까? 나는 늘 과거의 나에게 화를
내곤 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왜 시간을 그렇게
의미 없이 낭비했을까? 그런 의문들 때문이었는데, 미래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10년 전의 나의 계획대로 지금이 흘러가지 않았으니, 10년 후도 마찬가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살짝 생긴다.
임신 중에 태명을 건포도라고 하며 애지중지했던 앨리스이지만, 그 아이를 보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임신 중이었던 것을 기억하던 아이에게도 그런
감정이 드니 다른 두 아이에게는 더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엄마라는 자리에 서서 몸에 습관처럼 남아있는
행동을 이어가며 멀어진 남편과의 사이를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앨리스. 그러다 문득 모든 기억이
다시 돌아오게 되고, 그녀는 자신이 왜 남편과 이혼을 하길 원했는지 알게 된다. 10년 후의 ‘새’앨리스를 조금은 3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그녀가 모든 기억을 되찾게
되었을 때,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생각보다 그
후의 이야기 분량이 작기는 했지만, 뭐랄까? 마무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속도감 있는 전개와 몰입이 잘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