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지막 순간 - 삶의 끝, 당신이 내게 말한 것
브렌던 라일리 지음, 이선혜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메디컬 드라마 <ER>의 배경이 된 책이라 해서 관심을 갖게 된 <우리의 마지막 순간> 조지 클루니 나올 때 꽤 열심히 챙겨보고, 꽤나 좋아했던 마크 그린의 죽음으로 더 이상 챙겨보지 않아서 그런가? 어떤 에피소드가 드라마에 녹아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도리어 뉴욕-프레즈버티어리언 병원의 내과 의사이자 부원장인, 브렌던 라일리의 솔직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울려오는 전화에 부인은 당신이 휴가중임을 일깨워주지만, 환자에게 달려가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의사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 자신이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닥쳐올 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 내 가족의 이야기 같기도 해서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약속된 가족과의 여행마저 잊게 만든 프레드라는 노인의 이야기는 현대 의학의 갖고 있는 맹점을 제대로 파고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치매인줄 알고 스스로 수리한 총을 갖고 자살을 선택한 프레드는 최첨단 진단 기술에 의한 검사를 2번이나 받았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희귀병의 정체는 그의 비극적인 죽음 후에 있었던 부검을 통해 밝혀진다.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 싶어했던 아들의 편지로 시작된 이야기는 의료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작은 엇갈림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잘 보여준다. 프래드의 죽음을 운명과 시스템이 만들어냈다고 판단한 브렌던 라일리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문득 의료를 단순히 치료의 영역에 한정 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질문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프레드가 받은 치료는 합리적이었고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단편적인 치료들이 중첩되는 것이 문제였다.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것으로 믿어져야 하는 진단 검사를 건전하게 의심해보려는 의사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나는 많은 의사들도 일단 검사부터 하자고 말하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료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1년이 넘는 시간을 수 차례 응급실과 외래진료를 받으며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해 고생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최첨단의료기술뿐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임상의학적인 치료법에 대한 브랜던 라일리의 신뢰를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둘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을 잡아낼 수 있는 교육이 있다면 참 좋겠지만, 결국 의사들도 성장해가고 있는 과정에 놓여있는 사람일 뿐이다.

한 환자가 받고 있는 진단과 치료를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의사가 있다면 어땠을까? 두 번째 에피소드였던가? 브랜던 라일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는 최첨단 기술로 중무장한 의사가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의사라고 말했던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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