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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 - 지친 영혼을 위한 여유로운 삶
피에르 쌍소 지음, 강주헌 옮김 / 공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만난 것은 법정스님의 책에서였다. 10년도 더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어렵다고 할까? 현학적이라고 할까? 그런 인상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번역되어 읽게 되니 조금 다른 기분이 든다.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라는 제목의 변화처럼 번역의
차이도 있겠지만, 거기에 내가 그때보다는 조금 성장하고 생각의 깊이가 조금 더 생겨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나름 뿌듯하기도 하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나이 들어서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그 궤적이 어렴풋이 그려질 때가 있다. 이 책도 나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한국 문화를 ‘빨리빨리 문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구 따라잡기’에 열중한 한국은
빠르게 근대화를 이루었고, 그 속도는 아직도 한국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문화권보다도 더욱 ‘느리다’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자가
찾아본 외국어 사전에서도 느림이라는 것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정의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식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프랑스의 수필가이자 철학교수인 피에르 쌍소는
왜 ‘느림’의 의미를 찾아보자고 말하는 것일까? 그리고 법정스님이나 이해인수녀님은 왜 그의 책에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
그는 느림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정해진
시간을 앞당기지 말고,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도 않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쉬운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치 노래의 한 구절처럼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순간’을
살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막상 살다 보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시간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에 나온 시계가 다시 한번 떠오르고, 문득 꽃을 수놔서 시계로 만들어 엄마께 드렸던 기억도 났다. 엄마는 딸 덕분에 향기로운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며 기뻐하셨는데, 나에게도
그런 시계가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느림은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느림의 어원을 따져보면
‘탄력적이고 유연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lentuer’이라고 한다. 이 말을 읽었을 때, 문득 책에서 묘사된 지중해의 손이 거친 남자가 포도주를 한 잔 마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는 ‘주변 사람들과 주변 환경과 화목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고 느낀다. 어쩌면
느림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는 것, 그렇게 변화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느림과 익숙하지 않다. 빠르게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습관을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우니 말이다. 이 책은 나에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