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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잊어버린 것 - 마스다 미리 첫 번째 소설집
마스다 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마스다 미리… 그녀의 작품은 ‘공감’이다. 뭐랄까? 여자라면
한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솜씨가 참 좋다. 그래서 그녀의 만화 속에 평범한 여성의
얼굴에서 나를 만나기도 하고, 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이번에는
만화가 아닌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내가 알던 마스다 미리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주었다. <소설
현대> 편집부에서 ‘관능소설 특집’에 글을 실어달라는 청탁을 받고 쓰게 된 두 편의 단편과 함께 총 10편의
단편이 담겨 있는 <5년 전에 잊어버린 것>
첫 번째 소설은 <5년 전에 깜빡 잊어버린 것>인데, ‘관능소설’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얼핏 했다. 나를 가두고 있는 네모난 상자에서 뛰쳐나가게 해줄 계기를 불륜으로
생각하는 여자. 5년 만에 만난 잘생긴 남자 가타오카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어나가는 모습은 술집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화에 얹혀져 있을 뿐인데도, 정말이지 질척거리기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반전이 생기면서 문득 ‘아 제목이 ‘깜빡 잊어버린 것’이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작은 웃음이 입가에 떠올랐다. 정말이지 그녀다운 ‘관능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반대로 <섹스하기 좋은 날>은 조금은 난처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언젠가 ‘섹스앤더시티’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요조숙녀 샬롯이 1년인가를 성관계를 안 가지면 처녀나 마찬가지가 된다며 금욕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난해한 정신세계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 단편소설 역시 나에게 그런 느낌을 전해주었다. 불륜을
들키게 되는 계기가 되는 컴퓨터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내역을 지우듯이 그것도 그렇게 지울 수 있는 것일까?
4월의 벚꽃처럼 순수한 사랑이 느껴지던 <데니쉬>를 지나 평범한 가정에 일반적인 부부의 모습을
그려낸 <둑길의 저녁 노을>은 사람들이 느끼는
작은 감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소설 <쌍둥이 바람꽃>은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깔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랬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가정에 대해서 나름의 환상을 갖게 마련인 거 같다. 자신의 가정이 마치 ‘봄날의 작은 정원처럼 조화로웠다’라고 믿으며 자신이 새롭게 꾸리게 된 가정을 비교하는 주인공이 조금씩 안타까워질 무렵, 진실이 꽃을 스쳐가는 바람처럼 가볍게 다가오는 모습이 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