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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디자이너의 흥미로운 물건들
김선미.장민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4월
평점 :
‘하나의 물건으로 디자이너의 취향을 보여준다’라는 기획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책 <취향>을 읽으면서 ‘내 취향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정말 물신주의가 범람하는 시대라는 말이 과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물건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전에 주차를 하다가 문득 그렇게 낡지도 않은 건물 안에 오로지 사무집기만이 레고처럼 쌓여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정말 기괴하면서도 이제는 건물 하나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쌓는 공간으로 써도 되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차고 넘치다 못해 이제는 쉽게 버리기까지 하는 물건들 사이에서 ‘내 것’ 그리고 ‘나만의
특별한 취향’을 담아내는 물건은 무엇일까?
사실 처음 책을 봤을 때는 수없이 모아놓은 핸드백이나
구두 그리고 향수 같은 것들이 나의 취향을 이야기해줄 주 알았다. 특히 취향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난해함을
깨트릴 수 있는 “혹시 뭐 모으는 거 없나”는 질문으로 프리랜서
슈즈 디자이너 한정민이 빈티지 모자들을 소개할 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으는
빈티지 모자들은 내가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컬렉션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그저 신상이나 한정판에
집착하는 것으로 내 취향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졌다.
그러다 포토그래퍼 김용호와 건축가 안기현의 이야기에서
진정한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관찰하고 경험한 모든 것을 기록한 빨간 노트와
펜촉이 길들여진다는 감성적인 연결고리를 담고 있는 만년필을 이야기한 김용호. 그렇게 저장하고 기록하는
것들은 결국 구체화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기록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고 두께가 두꺼워 여러 겹으로 스케치한 메모가 배어나지
않는 노트를 이야기한 안기현 역시 자신의 변화의 궤적을 기록한 그 자료들이 자신의 미래의 네비게이터가 되어줄 것을 믿고 있었다.
사실 나도 기록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대학교때였나? ‘Review Book’을 발견했을 때, 일기, 여행일기, 관람일기
식의 테마를 갖고 만들어진 이 노트들을 박스로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단순하기에 질리지 않을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잘 사용하고 있고 그냥 흩어져버릴
수 있는 나의 시간들을 담아주고 있는 고마운 노트들이다. 누군가 나만의 특별한 취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서재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이 노트들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