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도시 - 건축으로 목격한 대한민국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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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건축가 서현이 건축으로 생각한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은 <빨간 도시> 이 책은 꼭 닭장 같았다고 말하는 조신민주주의민주공화국에서 온 아주머니의 말로 시작된다. 예전에 성냥갑 속 내 젊음아라는 노래가 있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의 도시는 확실히 수많은 사각형의 공간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외국을 다녀보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만의 고유한 특색도 멋도 미도 사라져버린 우리의 도시 경관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데 건축가가 읽어준 우리 도시의 모습은 내 생각과는 달리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씨족공동체를 이루던 문화가 남아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별하지 못하는 도로의 모습이나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 교육을 훈육과 처벌의 수단으로 바라보며 마지 군대의 막사 연병장 구조 같은 학교의 모습이 그러했다. 참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성 같은 결혼식장에는 유교적인 관습과 주술적 신앙이 이어져 그 내부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도시에는 도시에서의 삶을 제대로 누릴 줄 아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것이 바로 2002 월드컵이었다. 이데올로기가 아닌 축제의 상징이 된 빨강색과 광장이라는 공간.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여전히 과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본고사를 준비할 때 만들었던 노트를 아직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노트에는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논술로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필기가 빼곡히 남겨져 있다. 나부터 시와 소설을 읽고도 어떤 느낌과 연상을 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지에 대한 정말 군대 같은 교육을 받아왔다. 감상이라는 것에 어떻게 정답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조차 하지 못하던 시절이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도 거기에서 크게 벋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공부를 하는 그 공간이 만들어내는 제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공간을 갖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질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건축물들을 보면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형태일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의 캄풍 같은 경우는 서양식 근대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형태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 역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도시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학교는 무엇인가?’, ‘도서관은 무엇인가?’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 없이 그저 발달된 서양의 건축물을 따라하고, 서양의 건축가를 초빙하는데 연연한다면 우리의 도시는 여전히 회색 빛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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