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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샤이 -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 수업
케빈 홀 지음, 민주하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7월
평점 :
영어를 좀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영어학의 역사를 공부할 때, 단어들이
갖고 있는 어원과 결합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추가적인 의미에 대해서 탐구한 기억이 난다. 그때 단어가 만들어짐에
있어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나 배경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일단은 외우는 것이 먼저였기에
금방 잊어버렸던 것 같다. 이번에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수업’ <겐샤이>를 읽으며 그때 내가 가졌던
느낌이 영 틀린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단어에는 자의성이 작용한다고 하지만, 그 뜻이 부여됨에 있어서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단어가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던 말들에 새로운 빛을 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케빈 홀은 우연히 원단을
판매하는 가게에 갔다가 인도인 주인에게 ‘겐샤이’라는 말을
배우게 된다. 겐샤이는 ‘당신은 어느 누구도 작고 하찮은
존재로 대해선 안 된다’는 뜻을 갖고 있는데, 내가 만난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방명록에 사인을 하길 거절한 그에게 인도인 주인은 이 단어를 알려준다. 겐샤이는
타인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같은 마음가짐을 요구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타인도 존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열정이 갖고 있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기꺼이 고통 받는
것’이라는 뜻도 좋았다. 빅터 프랭클이 홀로코스트의 지옥에서
보낸 것은 다름 아닌 ‘열정’이라는 말에 내가 그동안 빅터
프랭클의 책을 읽고 갖고 있었던 의문의 답이 ‘바로 그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후므스에서 온 ‘겸손’은 왠지 우리나라의 속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이 연상되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겸손이라는 것이 갖추어야 할
미덕처럼 느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겸손이라는 것이 흙처럼 땅 위의 곡식처럼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마스테’라는 말을 늘 사용하게 된다. 대충 뜻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 단어가 갖고 있는 깊은 의미가 마음에 와 닿았다. "나는
당신 안의 신에게 절합니다. 나는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타고난 재능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독특함과 특별함에
절합니다." 내가 그냥 버릇처럼 하던 말에 이렇게 아름다운 뜻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케빈 홀은 자기 자신을 더욱더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을 코칭할 때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 하나를 고르게
한다고 한다. 나라면 아마도 ‘나마스테’를 고르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나를 잘 설명하는 단어는 아닐지 몰라도,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겐샤이처럼
타인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나마스테’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