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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를 구한 개 - 버림받은 그레이하운드가 나를 구하다
스티븐 D. 울프.리넷 파드와 지음, 이혁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그레이하운드. 나에게도 익숙한 견종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레이하운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시아버님이 아끼던 살루키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지방이 극도로 낮아서 추위에 약하다던지 그래서 시아버님은 늘 그 긴 목에 맞는 목도리를 구해오시곤 했다. 거기다 특유의 긴 다리와 빠른 발도 그렇고 역시나 검색을 해보니, 살루키를
페르시아 그레이하운드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와도 꽤 친근한 느낌이 드는 그레이하운드는 성경에 나오는
유일한 견종이라고 할 정도로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한 개이다. 하지만 경견대회라는 것이 생기면서, 그들은 우리와 도리어 멀어지고 오직 달리기만 해야 하는 슬픈 운명을 갖게 되었다. 경견장에서 이용되다가 돈벌이가 되지 않으면 생의 대부분을 비좁은 우리에 갇혀서 지내거나 살해된다고 한다. 그저 인간이 강제로 부여해놓은 쓸모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죽음으로 몰리던 그레이 하운드 카밋.
미식축구와 야구로 두개의 대학 체육 장학금을 받을 정도였던 스티븐 울프는 열여섯에 퇴행성 척추증을 진단받는다. 병을 이겨내고 변호사가 된 그는 알 수 없는 척추통증으로 43살이라는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부인과 딸들을 두고 따듯한 지역으로 요양을 떠나야 했다. 딸이 지은 시 ‘그’속의 멋진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가계부양을 부인에게 맡긴 채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통증에 고통받는 장애를 가진 아빠가 되어야 했던 스티븐 울프. 그는 자신의 건강이 가정을
균열시키는 원인이 된 것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속에서 카밋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올법한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따듯한 결말이 있는 그런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늑대를 구한 개>는 그런 따듯한 감동보다는 상당히 건조한 아니 어쩌면 역자후기처럼 ‘시니컬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더욱 더 이 이야기가 더욱 더
우리의 이야기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나 동화 속에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이야기는 현실에는
많이 없다. 덤덤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는 우리가 애써 찾지 않으면 그 의미조차 잊혀 질법한 작은 행복과
작은 감동들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잘 찾아내어 우리에게 전해준다.
스티븐 울프가 무너져버린 가족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도 개와 익숙한 생활을 해왔고, 그의 가족은
2마리의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었다. "날 사랑해요? 정말, 정말, 정말로?"라고 말하는 골든 리트리버식 사랑에서 카밋과 함께하게 된 그는 "인생이란
건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아니에요. 빗속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배우는 거죠"라는 그레이하운드식 사랑을 배우게 된다. 어쩌면 삶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내 마음대로 안 된다고 화낸다고 해도 바뀌는 것은
없지 않은가? 카밋과의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삶이라는 것은 그레이하운드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 라는 생각을
계속 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