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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평점 :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을 보다 보면 가끔 그의 나이를 생각해보게 된다. 1932년에
태어난 그가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따듯하고 유쾌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그 나이가 되면 무지 지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 같다는 슬픈 예감을 갖게 된다. 그래도 따듯한
그의 작품들을 잘 간직하며 꺼내보면 조금은 괜찮지 않을까?
그의 책 속에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 엉뚱하지만 참 행복해 보인다. ‘어른이
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자신이 지닌 희한한 현실도피능력을 벗어 던지지 못했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도 어쩐지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다. 물론
“맨날 일, 돈, 일. 당신 안에 있던 어린 아이는 이제 어디 있는 거죠?” 라는 그의
질문처럼 재치 있는 해학의 주인공이 될 때도 있지만. 내가 그의 삽화와 글을 좋아하는 이유도 아마 어린
시절에 느낄 수 있는 순수한 행복과 지나치게 진지한 어른들에 대한 그의 유머 때문일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풍족하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라고 생각하곤
해서, 그렇게 아이들의 유쾌하고 자유로운 모습과 시선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그런 행복과 가까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가 회상하는 그것과는
엄청나게 달랐다.
<뉴욕의 상뻬>때도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텔레라마>의 전 편집장이었던
마르크 르카르팡티에와의 인터뷰와 그의 삽화 200점이 함께한 <상뻬의
어린시절>. “이런,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겁니다”라는 장 자끄 상뻬의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가정사를 숨기기 위한 ‘일종의 편집증’이나 자신이 꿈꾸는 세상 속으로의 ‘천부적인 현실 도피’라는 말들이 내가 갖고 있던 의문의 키워드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가 그런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내면을 갖게 된 이유는 참 아프다. 엄마가 세게 자신을 때려서 벽에 부딪치게 될 거라는 요지의 "이리와. 이리 오래도. 내가 네 놈 따귀를 한 대 갈기면 이 벽도 네 따귀를
갈길 거야."라는 말을 어머니가 자주 쓰는 표현이라고 말하며 그 특유의 사투리까지 흉내 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 부모님은 힘 자라는 대로 사실 뿐’이라고 표현한다. 부모님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봐도, 부모님은
정말이지 자신의 능력이 닿는 것은 다 해주기 위해 노력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행복한 아이들을 상상하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왔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나는 어쩌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그려진 가정의 모습들만
떠올리며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진지병’에 걸린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