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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물
수안 글.그림 / 문이당 / 2014년 3월
평점 :
시,서,화,각에 능한 예술가이자 수행자인 수안스님의 책 <아름다운 선물> 그가 연해주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할 때 나온 러시아 TV 방송 기자가 “스님의 그림들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라고 이야기 했다는데, 나 역시 수안스님의 그림을 보다 보면 절로 힘이 나고 행복해진다. 예전에 참 좋아했던 ‘동자승 화가’ 원성스님의 책들이 생각난다. 맑고 순수한 느낌의 그림들을 엄마도 나도 참 좋아했는데, 이 책을 보셨다면 엄마도 나처럼 행복해하며 더없이 환하게 웃으셨을 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엄마의 미소가 계속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다.
좋은 그림뿐 아니라 좋은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다. 왠지 스님 하면 해탈한 느낌이랄까? 속세를 벗어난 초연한 느낌이랄까?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수안스님은 당신이 원하시는 것에 매우 솔직한 모습을 보이어서 역시 예술가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각을 즐겨 하시는 터라 좋은 돌을 보았을 때, 또 그림을 즐겨 그리시다 보니 좋은 붓을 만났을 때, 때로는 당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 중국의 오지로 달려가기도 하신다. 물론 그렇게 취하신 것들로 좋은 그림과 글을 남겨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니 수행의 또 하나의 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차의 달인이라고 하는 방림보살과의 이야기가 참 정겹게 다가왔다. 지친듯한 그녀에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은 없소”라고 전각선물을 한 수안스님은 나름 시적인 표현이라며 의기양양해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선물을 받은 방림보살은 자신은 아직 젊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아무리 시적인 표현이라도 여자에게는 나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싫을 수 밖에 없기에 여자가 아닐까? 그래도 다인인 방림보살에게 “차 한잔 머금세”라며 말을 건네는 그 마음이 참 따사롭게 느껴졌다. 참 이상할 정도로 “머금세”라는 말이 자꾸만 입가에 맴도는 기분이 든다. 다양한 차를 좋아해서인지 향기로운 차를 머금고 있을 때의 느낌이 떠올라서 그런 거 같다. 아빠에게 차를 권하며 이 말을 꼭 건네보고 싶다. 다도를 즐기는 아빠는 뭐라고 대답하실지 기대된다.
전각을 즐겨 하는 스님은 고은시인에게 먹고 있던 고구마를 토막 내어 전각을 새겨주었다고 한다. 고은시인은 자신의 자전적 글에서 ‘살아 있는 시였다’라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림도 글도 다채로운 행복이 살아 숨쉬고 있는 그런 느낌이라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