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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건축가 구마 겐고 - 나의 매일은 숨 가쁜 세계일주
구마 겐고 지음, 민경욱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4년 3월
평점 :
후쿠오카에 있는 스타바에 갔을 때 처음에는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 보니 나무를 활용해 만들어낸 공간은 순간순간 나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다가왔다. 오랜
시간 벽에 걸어놓고 바라봐야 하는 예술작품이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기분과 날씨 같은 관점의 변화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의 건축물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그 순간 건축가 구마 겐고라는
이름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그는 강했던 시절의 일본을 닮은 콘크리트 건물이 아닌, 약해진 일본과
어울리는 약한 건축물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콘크리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안도 다다오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콘크리트는 굳는 순간에 완결이 된다면 나무로 된 것들은 어떻게 보면 완성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약한 일본이라지만 일본이 갖고 있는 힘을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사실 건축이란 종합예술이라 하여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일본인으로서 느끼는 것들이 건축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 그가 도쿄 가부키 극장을 재해석하게 된 것은 운명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일본 특유의 미의식과 고유한 양식을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기에 가부키를 그다지 즐기지는
않는다. 가장 대중적이라는 작품을 보긴 했지만, 중학교 때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화관에 있는 조명의 개수를 세었듯 그때도 가부키좌를 관찰하는 일에 더 집중했었다. 일본이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재건되었다는 가부키좌는 구마 겐고에 의해 5번째로 재해석 되었다. 내가 본 것은 4번째의 작품이었는데, 그때는 꽤 노후한 상태였고 나이 많은 관객들의 통행을 따로 도와주는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구마 겐고의 해석으로 새롭게 바뀐 가부키좌에서는 히가시긴자역과 직접 연결되어 있으면서 일본식 정원으로
꾸며진 극장 옥상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곳을 주로 찾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는 건축가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건축가를 ‘국제
레이스에 출전을 강요당하는 경주마’라고 표현하는 그답게 이 책의 원제는 ‘건축가, 달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建築家, 走る’이다. 그는 전세계를 여러 가지 의미로 달리면서 살아가는 건축가이면서도 일본인인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고 있는 인물이다. 전세계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일을 하는데, 그 중에 중국과의 인연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중국 베이징 교외에 지어진 독특한 ‘대나무
집’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광고 영상 첫 부분에 사용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일본의 컨셉 스타벅스와 중국의 대나무집의 모습을 잘 비교해보면 그가 갖고 있는 건축철학이란
마음에 스며드는 순수한 감동을 이야기하는 ‘아와레哀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