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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20년째 라디오에 사랑에 빠져있는 라디오 작가 송정연. 그녀는 ‘이숙영의 러브FM’의
인기 데일리 코너 ‘내 안의 그대’에서 고른 34편의 사연과 자신의 생각을 ‘reply’로 담은 에세이 <당신이 좋아진 날> 책을 읽으면서 수많은 사연이 내 이야기
같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말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있었다. 사랑이 처음부터 딱 하트 모양을 갖고 ‘이게 당신의 사랑이오’하며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연애는 ‘아름다운 오해’이고
결혼은 ‘처참한 이해’라고 이야기 해줄 때, 문득 사랑은 ‘달콤한 독’이라고
느꼈던 때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사랑이란 감정에 관련된 말들은 아이러니가 잘 어울린다. 그때는 한참 무너져가는 첫사랑에 힘들어할 때 였는데, 뻔히 끝을
알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였다. 마치 쓰디쓴 약에 코팅된 얇은 설탕을 핧아대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제는 나만을 바라봐줄 거 같은 ‘아름다운 오해’를 하게 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역시나 결혼은 ‘처참한 이해’처럼 다가올 때가 많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유미리 작가는 “사랑이란, 피를
흘린 만큼 타자에게 관여하는 일”이라고 했다던데, 정말이지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다시는 남편의 일에 신경 쓰지 않겠다고 수없이 맹세하고, 또 수없이 어기고, 그래서 또 수없이 상처받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가 참 많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결혼의 유일한 진리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내가
사랑에 대해 찾던 답이었다. 한번의 실수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결국은 자신을 떠나버린 남편을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사연을 보낸 부인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은 그러하다. 내가 다가간 만큼 상대도 다가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던 하숙집 딸의 이야기가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대이기에 그에 대한 마음을 일기로 담았던 그녀에게 우연히 그 일기를 읽게 된 남자는 자신의 모자란 감수성을 채워줄 수 있는 당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결혼식장에서 버진로드를 걸어 들어오는 부인을 본 하객들의 수군거림이 느껴지다 부인에게
먼저 다가와 그녀를 안아 들고 주례 앞으로 걸어 들어가준다. 내가 생각하고 꿈꾸는 사랑은 이런 모습인
거 같다.
이런저런 사랑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 장에 닿으니 마음이 안 좋아졌다. 나는
지나간 사랑을 떠올려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시간낭비였나?
하는 상념 속에 빠져들다 보니, 어쩌면 그때 내 행동의 어리석음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갖고 있던 감정들을 제대로 바라보기를 아직도 거부하는 나에 대한 한심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나도 내 사랑을 돌아보며 눈가를 적실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