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걷기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걷기예찬>을 쓴 다비드 르 브르통의 <느리게 걷는 즐거움> 상당히 흥미로운 에세이라는 생각이 든다. 걷기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장자나 랭보 그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같은 인물들의 말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걷기에 대한 감각적이고 풍요로운 글에 푹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현대에 와서 걷는다는 것의 의미는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서 이동해야 했고, 그 수많은 발자국이 다져져 길이 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걷는다는 것은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여가나 휴가와 비슷한 개념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도 걷기는 그러한 의미이다. 예전에는 쇼핑할 때를 제외하고는 걷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점점 내 두발로 걸어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여행을 갔을 때 알려진 관광지를 찾는 것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작은 골목길을 걸어 다니다 만나는 풍경들이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답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매일 걷는 것이 습관이 되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걷는 길이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다. 늘 산책하는 길, 회사를 가는 길 그 정도인데도 매일매일 느낌이 다르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는 천천히 걸을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곤 하는데, ‘뭐 그리 바쁜 일 있냐며 내 발길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 다시 한가한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책에서는 그러한 감각을 길을 걷는 사람에게 시각은 결코 거리에 대한 철학적 감각이 아니라 포옹의 느낌이자 풍부한 방향 감각이다. 눈으로만은 볼 수 없는 무수한 인식들을 제공하여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이다.”라고 표현한다. 정말 오랜 시간 꾸준히 걸어본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듯 답답할 때면 하늘을 보곤 한다. 내가 갇혀있는 그 감정들에서 벗어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인데, 그 때문인지, 지인들에게 나 덕분에 하늘을 뭐처럼 보게 된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러다 정 답이 없으면 훌쩍 여행을 떠나곤 하는데, 그 중간 단계에 걷기가 들어와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나마 사회로부터 동떨어져 숨을 고르고 싶은 마음을 충족시켜준다고 한다. ‘자신의 그림자보다 빨리 걷는 보행자는 없다라고 했던가? 이 말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내가 성급한 마음에 서둘러도 내 삶이 갖고 있는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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