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소녀
케이티 워드 지음, 고유라 옮김 / 박하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1933년부터 2060년 사이에서 뽑아낸 시간의 편린이 담긴 7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는 <책 읽는 소녀>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예전에 본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영화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2060클라우드의 고양이에 등장하는 메쉬의 환상적인 세계를 만나기 전인데도 말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500년의 시공간 속에서 여섯 개의 이야기를 뽑아낸 것인데, 그때그때 살아가야 하는 시대의 세계관이 구현되는 것도 그런 느낌을 주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는 각 시대가 맞물리면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영화와 다르게 소설 속의 세계는 생각보다는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하나의 이야기가 닫히면 또 다른 이야기가 열리는 형식이기도 하고, 7가지의 이야기가 아주 느슨한 어떻게 보면 희미하게 느껴지기 까지 하는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도리어 시간의 흐름이 명확하게 느껴지기보다는 자기 자신이 살고 있는 우주(세계)말고 평행선상에 위치한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하는 평행우주론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주었다.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을 담고 있는 예술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한편의 소설로 풀어내는데,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다양한 여성의 역할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예술작품과 예술가 그리고 여인의 삶을 그려내는 단편이라 마치 내가 그 작품이 그려진 순간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마저 받을 때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 바로 그 작품을 보여주지 않고 QR코드를 찍어야만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편집을 했을까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바로 배경이 되는 작품을 보는 것보다 더 큰 상상의 여지가 있었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 전작에 대한 감상이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끊기기보다 이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시대적 배경이라던지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감상하는 것만 생각해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던 이 책이 점점 재미있게 느껴진 이유는 액자 속에 박제처럼 굳어져 있는 그 시간과 인물들이 그 당시에는 일상이었고 생명력이 넘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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