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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대학시절이었다. 한 선배의 추천으로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기 시작했었다. 장정일하면 사회적으로 꽤 파문을 일으켰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제일 먼저 떠올랐기 때문에 그의 독서일기는 상당히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선배는 민중가요동아리에서 꽤나 열심히 활동했었기에 어쩌면 개인적 독서를 사회적 독서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장정일의 시도와 잘 부합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후 7권의 독서일기와 제목이 바껴서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으로 이어지는 책들을 다 읽어왔다. 이번에 읽게 된 3번째 책을 읽을 때도 그렇지만 단순한 리뷰를 읽기보다는
그 때의 사회상을 반영한 작은 르포를 읽는 느낌이 들곤 한다. 문득 그가 오에 겐자부로의 <히로시마 노트> <오키나와 노트>를 읽으며 썼던 글이 떠오른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취재로 완성한 르포 2권을 읽은 전에 읽은 그의 소설 <개인적 체험>을 떠올리며 다시 이 두 장르 속에서 오에
겐자부로의 세계관을 읽어냈다. 언젠가 장정일의 소설을 읽다 보면 나에게도 그런 통찰의 순간이 다가올까?
얼마 전 읽은 자발적 가난에 대한 책에서 마크 보일의 <돈 한
푼 안 쓰고 1년 살기>를 접한 적이 있다. 마크 보일은 1년여의 실험을 통해서 돈과 자급자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답을 상호의존적인 공동체에서 찾았다. 그래서 프리코노미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의 재능과 기술을
교환하는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언제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야기하는 경제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수지 오바크의 <몸에 갇힌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를 갖은 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이때 장정일은 “얼굴만 고치면 된다는 말로 연예게 데뷔 미끼 돈
뜯고 성추행”이라는 기사의 표제를 함께 실어놓았는데, 이
미용성형이라는 것이 어떠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가를 책을 통해서 탐구해보는 시간이었다. 미디어에 의한
시각문화의 획일화, 그리고 획일화된 미의 규범에 편승한 스타일 산업이 만들어내는 문제는 인류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실제로 남태평양 피지에 텔레비전이 도입된 지 3년 만에 10대 소녀들의 11.9퍼센트가
거식증에 걸렸다고 한다. 요즘 TV를 보면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얼굴을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도 했다.
다독가이자 장서가인 장정일의 20여 년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라, 서평을 쓰기도 참 마땅치 않다. 도리어 꽤 책을 읽는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와 영 다른 독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 거의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 나와 달리, 그의
독서일기를 보다 보면 그가 그 책을 왜 읽고 글을 썼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신문기사 표제들이 함께 담겨 있곤 하다. 그가 주목하는 사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책에서 어떠한 답을 찾았는지 유추해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의 독서일기를 읽다 보니 앞으로 읽을 책을 선택함에 있어 조금 더 고민해야 할 필요를 느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