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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신비주의자이자 동시에 현실적인 의사였던 힐데가르트를 연구하기 위해 파트타임 근무를 원했던 빅토리아 스위트는 미국에
남은 마지막 빈민구호소이자 신의 호텔인 라구나 혼다에서 일하게 된다. 1980년대 제정된 보건의료정책으로
돈이 없어 사회안전망에 의지해야 하는 다수의 환자들은 더더욱 설 곳을 잃게 되었다. 빈민구호소, 국립정신병원, 사회복귀시설들이 예산부족으로 문을 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달정도의 시간을 예상했던 그녀는 20년 동안 헌신적으로 일하며
힐데가르트와 라구나 혼다에서 만나게 된 ‘느린 의학’의 힘을
담고 있는 책 <신의 호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몇 년 전 한동안 입원해있을 때 만났던 사람이 생각났다.
병실에 갇혀 있지 말고 운동을 하라는 간호사의 권유로 나갔다 알게 되고 또래여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녀는 위암으로 위를 절제한 상태였는데 1주일이 넘으니 퇴원을 하라고
종용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해줄 것이 없으니 정 집에서 못 견디겠으면 동네 병원으로 옮겨가라고
하는 걸 보며 암이라는 병이 그렇게 간단한 것 하는 의문까지 생겼었다. 그때 그녀의 보호자는 이제 돈이
안되니 나가라는 거라며 푸념을 했었는데, <신의 호텔>로
오기 전 환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현대 의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5만 달러나 들여 모든 약물과 치료방법을 동원해 입원시켜 치료해놓고
다시 마약이 돌아다니는 길거리나 싸구려 호텔로 내모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심각한 욕창을 갖게 된 여성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외과의사들조차 포기할 정도였던 욕창과 심각한 약물중독을 이겨내는 데는 살겠다는 그녀의 의지와 ‘시간의 손길’이라는 2년
반 동안의 시간을 들인 자연적인 치유력이 있었다. 멀쩡하게 생활하던 할머니가 고관절수 술을 받고 나서
항 정신성 약물과 인슐린 주사로 연명하며 살아가게 된 일 도 그러하다. 그녀는 그저 수술이 잘못되었을
분이었는데, 도리어 다른 병마저 껴안고 고통 받고 있었다. 24시간
관찰이 가능하고,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치료를 하는 라구나 혼다에 와서야 비로소 짐처럼 떠안겨져있던
병에서 자유로워져서 자신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 라구나 혼다조차도 기업경영을 과학화하는 컨설팅업체와 21세기
기준을 고집하는 법무부의 조사 앞에서 조금씩 변화해갈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머물고 환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개방형 병동에 36명의 환자와 그
곳을 관리하는 수간호사가 있는 라구나 혼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병원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빅토리아 스위트는 그들의 간섭이 도리어 ‘효율성의 비효율성’을 가져왔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시간의 힘, 사람과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정신적인 여유가 살아있는 신의 호텔 라구나 혼다가 갖고 있는 ‘비효율성의 효율성’의 가치를 우리에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