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인도를 만나다
김도영 지음 / 북치는마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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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인도를 만나다>를 읽으면서 과장을 하자면 인도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12억 개로 쪼개지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만큼 인도에서는 한국어 학자로, 한국에서는 26년째 인도에서 살고 있는 인도전문가로 알려진 김도영님이 그려낸 인도는 정말 복잡했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던 중에 인도인과 사귀는 법에 대한 이야기, ‘철학과 현실을 이원적으로 적용하라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하나의 팁이 되어주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 여러 인도기행문을 읽으며 갖게 된 형이상학적인 인도인의 이미지와 최근 뉴스나 칼럼에서 접하는 인도사회의 이미지가 다 인도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 교육과 가정윤리를 통해 국민성이 내재화된 인도인들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면모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들은 화를 다스리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인도에서는 화를 내면 미성숙하거나, 힘이 없거나, 자신이 잘못을 가리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류시화님의 책을 읽을 때였나? 아무 이유 없이 버스가 움직이지 않아도 아무도 화를 내거나 짜증내지 않았다는 글을 보고 인도는 내가 갈 곳이 아니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마냥 신기하다 못해 신비롭게 느껴졌는데 이 역시 교육의 힘이기도 했던 것이다. 뭐랄까? 책에서 보니 힌두 사원의 승려들은 그들의 사주를 보고 그런 기운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처방이 담긴 반지를 처방해준다는데, 쉽게 울컥하고 짜증이 많은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사나 친절의 표현이나 요일이나 내일이라는 표현에 조차 자신들만의 철학이 담겨 있고 이에 따른 생활양식을 지키는 인도인들이지만 인도는 분명 변하고 있다. 식민통치를 받으며 자리잡게 된 관료적인 요소에 정치경제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붕괴되는 카스트, 그리고 철학 없이 추구되는 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오죽하면 책에서도 의무를 이야기하는 다르마의 민족에서 부를 이야기하는 아르타의 민족으로 변화했다는 식의 묘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뭐 이것은 비단 인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도 거쳐왔던 과정이 아닐까? 한때는 근대화라는 것이 전세계의 사람을 비슷비슷하게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적도 있지만, 우리를 봐도 그렇고 인도를 봐도 그렇고 참 각각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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