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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 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 명의 아이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림원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신에게 보내는 편지>로
처음 만난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그때도 아무래도 그의 팬이 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게 된 <밍부인이 가져본 적 없는 열명의 아이들>을 읽으며 이 마음은 확신으로 다가왔다. ‘비가시非可視 세계 연작’을 통해 그가 종교와 철학에 접근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람은 자기 단점들의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아내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남의 탓을 하는 법이라니까요"
마오쩌둥의 부인을 죽이겠다는 집념을 갖고 자라던 다샤. 마오부인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샤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다. 사실 다샤가 마오부인을 그렇게나 싫어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성격이 마오부인의 성격과 정말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단점을 알면서도 그 원인을
외부로 찾던 다샤는 공자가 남긴 말로 전해준 밍부인의 충고로 자신과의 싸움에 전념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럴 때가 많은 것 같다. 유난히 게으르게 하루를 보낸 거 같은 자책감에 휩싸일 때면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지인들에게 꽤 공격적이지 않았던가? 마치 흉한 모습을 한 나를 거울을 보고 있는
듯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샤가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네 형은 너처럼 빈둥거리지 않는단다. 배움에 열심인 사람은 지식에 다가가게 마련이니 그 애가 언젠가 너를 앞지를 게다"
기억력이 좋지만 생각하지 않는 루와 총기가 빼어나지만 배우려 하지 않는 저우에게 밍부인이 공자의 말을 빌어 해준
충고인데 이 말도 참 좋았다. 그리고 루와 저우뿐 아니라 꿈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끝까지
가버린 큰 딸 팅팅의 이야기는 중용에 대한 것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이 그랜드 호텔 남자
화장실에서 안내를 담당하고 있는 밍부인을 만난 그는 우연히 떨어트린 조카의 사진을 자신의 자식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밍부인은 자신의 열명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사실
‘한 자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에서 너무나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밍부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밍부인은 자식들의 어떻게 성장해나갔는지 이야기를
해주면서 공자의 말을 더해주는데, 나 역시 의구심을 접어두고 재미있게 읽어나갔으니 직접 밍부인을 만난
그는 더했으리라. 중국의 한 자녀정책으로 태어나지 못한 중국인이 4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4억 명의 가능성이
역사에서 지워진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가능성을 밍부인의 10명의
아이들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