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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와의 대화 - 현대 말레이시아를 견인한 이슬람 마키아벨리의 힘 ㅣ 아시아의 거인들 3
톰 플레이트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작년에 부부동반으로 다나리조트로 놀러 갔다가 남는 시간에 말레이시아 시티투어를 했었다. 다양한 문화와 시차가 절묘하게 조화된 말레이시아의 모습은 상당히 독특했다. 그리고 이번에 그런 말레이시아를 22년간 이끈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때 받았던 인상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사아는 다양한 민족이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마하티르는 그 점을 한 시도 잊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건축은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처럼 말레이시아의 복잡한 민족구성과 말레이시아를 이끌던 마하티르의 생각이 그러한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한다.
한때 그는 서양에 잔혹한 독재자로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9.11테러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인물 마하티르의 리더십이 부상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을 여러 가지 말로 정의하려는 인터뷰이의 시도에 일관적으로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말씀을 왜곡하기 이전의 원리주의 이슬람”이라는 말로 대답한다. 그리고 그 방법만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경전을 해석하여 기득권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이슬람뿐 아니라 기독교나 다른 종교에서도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그는 공동체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서는 무분별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민주주의란 일방적으로 그것을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는데, 어쩌면 그런 면모가 말레이시아의 종교와 사회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아시아의 거인들 시리즈로 만나고 있는 톰 플레이트는 여전히 특유의 밀고 당기기와 위트로 마하티르와의 인터뷰를 진행해나갔지만, 사실 인터뷰 초기에는 그 역시 마하티르가 농담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헛갈릴 정도였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나 역시 그러했다. 첫 번째 책이었던 <리콴유의 대화>와 <마하티르와의 대화>는 접점이 많았는데, 그는 두 거인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며 그 동안 두 거인들이 벌인 세기의 대결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서구 기자들에게 좋은 기삿거리를 많이 제공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에 마하티르는 “우리는 정말로 여러분을 위해 그 모든 일을 벌인 겁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 말이 참 미묘하게 다가왔는데 직접 인터뷰를 한 그에게는 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