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귀신의 노래 -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
곽재구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길귀신의 노래> 사실 곽재구 산문집이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쉽게 집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무서운걸 싫어하는 성격 탓에 아마 제목에 귀신만 보고 지레 겁을 먹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길귀신이 그렇게 무섭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일본에서는 아직 신도라는 이름으로 살아있는 세상 만물에 다 신이 깃들어 있다는 그런 자연에 대한 숭배심이 우리나라에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그 연장선상에 길귀신을 놓게 되었다. 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아름다운 자연,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것들과 그 길을 걷고 있는 자기 자신까지 모두 길귀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포구기행>으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와 다른 사람냄새 풀풀 나는 기행문의 맛을 느끼게 곽재구님의 신작 <길귀신의 노래>역시나 곽재구 답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책이었다. ‘지상을 걷는 쓸쓸한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편지라는 부제답게 마음을 따듯하게 적셔오는 듯 했다. 어쩌면 너무나 소박한 일상처럼 느껴질 그런 풍경 속에서 이렇게 세세한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는 건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인 것일까? 가정마을을 보며 지중해 니스를 떠올리며 장수만의 작은 갯마을인 가정마을에 평화로움이 더 깊다고 말하는 지인의 감상에 그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화려하고 세련된 명소가 지니지 못한 내면의 평화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실 옆 페이지에 작게 실려 있는 풍경을 보며 ?’하는 느낌을 갖고 있었던 나이기에 이렇게 그의 감수성을 잠시나마 함께 누릴 수 있어서 기뻤다. 사실 그의 시집을 따로 본적은 없지만, 책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시가 전해주는 시선이 참 예민하면서도 따듯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거기다 그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어서 좀 더 이해하기 쉬웠다고 할까? 그의 대표시인 <사평역에서> 역시 그렇게 읽으니 시인이 전하고 싶은 감정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30여년전 저물 녘 그가 여수항에 들어섰을 때 유난히 쫑포라는 이름을 갖은 상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 상인에게 물으니 다 쫑났으니 쫑포지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새벽녘에 들려오는 힘찬 숨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찾은 그곳은 여수세계박람회 덕에 정비되어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쫑포는 삶의 은유이며 역설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며 사진이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보다 사람이 전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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