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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13년 82세의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 그녀가 1950년대부터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을 한데 엮어 1968년에 펴낸 첫 단편집이 바로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다. 전에 읽은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이 2001년도에 출판된 책이니 상당한 시간차가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읽게 된 15편의 단편들은 잔잔하면서도 소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시대의 배경과 감성을 세밀하게 그려내서 마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평범한 하루인 듯 하면서도 시간이 흘러 그 때를 떠올리면 ‘아.. 그랬었지.’하며 감탄할 듯 한 시간이랄까? 앨리스 먼로는 2012년 <디어 라이프>를 발표한 후 은퇴를 했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한층 더 깊어진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설렘에 <디어 라이프>의 첫 장을 넘기게 될 것 같다.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지던 제목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라는 단편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 마음에 오래오래 남은 이야기는 바로 <하룻강아지의 치유법>이다. 마틴 콜링우드와의 첫 키스의 추억은 금새 사라지고 실연을 하게 된 주인공. 정말 그와의 추억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되살아나는’ 시간을 견뎌내는 10대 소녀는 작은 일탈이 만들어낸 사고 속에서 어느새 실연의 아픔마저 극복하게 된다. 첫사랑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짧은 인연이었지만 질투라는 감정이 섞이면서 그 아픔은 커지기만 한다. 사실 사랑이란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아프고 너무나 특별하게만 느껴지는 그 감정들이 흩어지는 순간까지도
앨리슨 먼로는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길”바란다고 하였는데, <휘황찬란한 집>을 읽을 때 그녀의 바람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다. 달걀장수 풀러튼 할머니의 집은 채소와 꽃밭, 과일나무와 닭장을 갖추고 있어서 언제나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곳이다. 꼭 외갓집이 떠오르는 그런 곳이었지만, 허름한 외양에 정돈되지 않은 모습에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게 된다. 지역사회를 위해.. 동네 조망을 위해.. 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집값 때문에 동네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살아온 할머니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마을 사람들. 사람들이 쓰고 있는 위선의 가면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나 닮아 있어서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하룻강아지 치유법>에서 긴 시간이 흐른 후 이제는 소녀라고 할 수 없는 여인이 말한다. “그 사람 자신의 비극을 밝히는 건 그에게 넘긴다” 이 책의 리뷰도 이렇게 마무리 하고 싶다. 내가 읽었던 15편의 단편의 다음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 바로 나 자신에게 넘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