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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으로 처음 만나게 된 미나토 가나에, 왕복서간과 이번에 읽게 된 [모성]까지.. 그녀는 참 일관되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야기를 독백이라는 형식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해낸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집에서 같이 생활하며 같은 일을 겪었어도 사람마다 자신이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기 마련이다. 기억이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것이기에.. 그래서 밑그림을 추측하며 그녀가 들려주는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어나가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론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한번 쥐면 끝까지 읽어버리게 만드는지도..
고지대에 자리잡은 아담한 집.. 게절마다 풍성하게 꽃이 피는 정원.. 딸을 화폭에 담는걸 좋아하는 아빠와 딸의 소지품에 수를 놓아주는 엄마.. 그리고 아빠와 엄마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릴케의 시와 아빠의 기타소리에 맞춰 부르는 엄마의 노래소리를 기억하는 딸까지.. 따사로운 봄 햇살 같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세식구에게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의 딸과 자신의 손녀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해주던 외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화마에 의해 사라져버린 행복이 깃든 집.
아직까지도 어머니의 딸이고 싶은 엄마와 외할머니의 조건없는 사랑을 그리워하는 딸의 독백이 교차하며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철저히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졌던 아빠를 비롯한 이 가족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같이 아름답던 보금자리가 화재로 소실되어 시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생기는 수많은 갈등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어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모든 것을 감싸안아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 장이 끝날때마다 등장하는 라이너 릴케의 시.. '사랑의 시'로 마무리 되는 걸 보며.. 처음에는 이건 아니잖아!! 라며 나름 분노하기도 했다. 사실 용서로 정리되는 순간부터 이미 부글부글한 상태였는지도.. 조금은 분한 마음에 시를 다시 읽으면 읽을수록 이 구절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악기 위에 팽팽히 당겨져 있을까? 그리고 어떤 연주자가 그 손으로 우리를 붙잡고 있을까?" 사람이 사는 것이.. 자신의 뜻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운명이라는 끈위에서 무력해지기도 하는 인간이기에.. 나 역시.. 평생 용서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순간이 이미 저 기억 멀리 흩어져 버린 경험도 있기에.. 어느새 미나토 가나에가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를 이해하게 되어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