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다. 나의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우연한 만남이란 멋진 일이 생길 징조인데, 그게 세 번 이어졌을 때 놀랄 만한 기적이 일어난다"
"식사를 한다는 건 여러 생물한테서 생명을 선물 받은 것이니, 제대로 맛을 느끼지 않으면 그 생물들에게 미안해요"
손목이 아파서, 양쪽 손에 다 치료를 받게 되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병원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조금 전까지 읽고 있었단 [당신에게]에 등장하는 요코의 말들이 자꾸 생각이 났다. 양 손목에 달려있던 의료기기들이 내 몸을 치료하고 있다면, 이 말들은 내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작인 [무지개곳의 찻집]의 주인 에쓰코가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하며 나에게 마법을 걸었듯이..
교도소에서 목공을 가르치는 구라시마 에지는 평탄하고 수동적인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다 그의 삶을 총천연색으로 바꿔준 아내.. 요코를 만나게 된다. 구라시마를 있는 그대로 소중히 여기며, 작은 것들에 감사할 줄 알던 그녀는 불행히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녀가 남긴 두통의 편지.. 자신을 고향 바닷가에 뿌려달라는 편지와 함께.. 한통의 편지는 그녀의 고향 나가사키 우스카라는 어촌 우체국으로 발송된다. 요코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했던 캠핑카에 그녀의 유골과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실고 떠나가는 구라시마. 그리고 그 여행길에서 그는 여러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내가 평소 했던 말들을 전해주며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전해주는 그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치유되는 모습들이 참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한때는 국어교사였지만 전과자가 된 스기노는 방랑을 하며 하이쿠를 남겼던 타네다 산토카를 벗삼고 떠돌아 다닌다. 죽을때까지 그저 흘러다니리라 결심을 한 스기노를 다시 유효기간이 없어 끝까지 맛봐야 하는 인생으로 돌아오게 한 이야기가 감동적이였다. 하이쿠는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데.. 아직까지도 마쓰오 바쇼에서 헤메고 있는 나에게 산토카의 하이쿠가 편안하게 다가왔던 것은 작가와 번역가의 공동 노력이 있었음을 후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하이쿠뿐 아니라 일본 풍경을 너무나 그림같이 그려내서 읽는 내내 천공의 섬 라퓨타를 떠올리며 찾았던 다케다성과 순백의 성 히메지까지 일본을 여행하며 마음에 담아왔던 그 풍경들이 떠올랐다.
자신의 인생을 당신과 함께한 사랑스러운 인생이라고 말하던 요코. 두번째 편지를 읽은 구라시마가 요코와 함께한 사랑스러운 인생속의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정성을 다해 살아가리라 결심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이미 떠났지만 그의 남편과 함께 영원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내 남편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도 살짝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