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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평점 :
사람 사는 한국의 섬을 걷고자 하는 강제윤님이 직접 걸으며 생각하며 남긴 글들과 걷기의 속도로만 만날 수 있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 책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책을 읽으며 왠지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속에 쉼표와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가 하나씩 찍혀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륙이 하나의 섬인 것처럼 아무리 작은 섬도 그 자체로 하나의 대륙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문득 예전에 읽었던 영시가 떠올랐다. 하나의 대륙에서 산산히 부서져, 서로 고립되어 버린 섬들을 현대인에 비유하는 시였는데.. 누군가에게는 바람소리 마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안타까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서로를 챙기는 알뜰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같은 섬을 바라보는 두 시인의 시선이 닮은 듯 다르게 다가왔다. 세상은 바라보는 만큼의 의미를 전해주는 것일까? 나에게는 그냥 바다 위의 '섬'이고 시원한 '바람'일뿐인데.. 그 속에서 그들은 다양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도 잠시나마 그런 시선을 빌려 볼 수 있어서 책을 한결같이 사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보길도 시인'이라고 알려진 분이라고 하나, 내 느낌은 '걷는 시인'이였다. 그는 계속 걷는다. 걷는 것의 의미를 안다. 그가 섬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동차나 장애물의 위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을 두 발로 걸어가며 오감을 열고 세상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그는 파도를 건너는 법을 아주 명쾌하게 알려준다. "파도 속에서는 파도가 되고, 바람 속에서는 바람이 되어 가라." 그렇게 온전히 나를 내려놓을수 있어야만 비로서 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을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알긴 아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는 내가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지금까지도 참 난 또 다른 의미에서 변함없이 살아오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나서도 계속 머리속에 남는 글귀가 있었다. "어떠한 상처도 치유해주면서 치유될 뿐이다"라는.. 나에게 있어 여행의 목적지는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세상에서의 도피였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렇게 숨어서 그냥 시간이 흘러가고 어떻게든 해결이 나있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그래서 내 안의 상처들은 그대로인지도 모르겠다. 상처가 치유하려고 하지 않고 결국 그렇게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서.. 나는 변하지 않고, 또 성장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