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파이 이야기를 쓴 얀마텔은 자신이 사는 캐나다의 수상인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월 16일부터 2011년 2월 28일까지 격주로 101통의 편지와 그 편지가 소개하는 책을 보냈다. 얀 마텔이 굳이 수상을 콕 찝은 이유는 그가 우리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세계를 꿈꾸고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문학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상이 그에게 돌려준 답은 '0'이다. 그리고 예술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현실이랄까? 그는 그 기사를 보고 스위프트의 [겸손한 제안]이라는 글을 수상에게 보내준다. 바쁜 수상의 일정을 배려해서인지 200페이지가 넘지 않는 책들을 추천해왔던 얀 마텔답게 겸손한 제안은 10페이지도 않되는 이야기였다. 거기에서 인용된 짧은 내용을 모면서도 정말 날카롭게 세상을 풍자하는 스위프트와 얀마텔의 시선이 느껴졌다.
101권이 조금 넘는 책을 소개하는 방식은 정말 다채롭다. 책을 읽는 행위.. 즉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행위의 소중함과 의미를 강조하고, 독립서점이 사라져 더 가난해지는 동네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는 누군가의 손아귀에서 누군가의 시선으로 읽힌 중고책을 선호해 중고책을 수상에게도 여려권 보내곤 했는데, 한 권의 책에서는 책갈피에 있는 사진이 발견되었다. 그 사진을 매개로 책을 소개하는 것도 정말 흥미로웠다. 중고책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까지 중고책을 읽는 매력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라시푸람 크리슈나스와미 이에르 나라야나 스와미라는 이름을 갖은 인도 작가가 자비롭게 줄여서 R.K. 나라얀으로 표기한다는 것에 나 역시 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을 정도였다. R.K. 나라얀을 처음 접했는데.. 그 어떤 것에도 전문가가 될수 없고 신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금융전문가]라는 책은 나 역시 너무나 읽고 싶어졌다. 굳이 신과 비슷한 거대한 자연이라는 존재를.. 소유했다고 여겼던 사람이 결국은 그 자연속에 잠식되어가는 모습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콘라드의 소설과도 비슷한 면이 있을 듯 하다.
마지막 편지라고 생각했던 100통째 편지에서 100과 0의 미학을 이야기 하던 그는 1통의 편지를 더 쓴다. 그렇게 희망의 고리를 남겨두고 싶었던 얀 마텔은 그저 앞으로만 나아갈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지우개 같은 나라 캐나다의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과연 캐나다와 캐나다인만 그러한가? 그것은 아니다. 아마도 이 편지는 비단 수상에게뿐 아니라 캐나다인에게.. 아니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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