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식미술 기행
최지혜 지음 / 호미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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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미술과 장식미술의 차이가 무엇일까? 서두에 던저졌던 질문이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커다란 의문부호로 남아있었다. 아름다움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으나 '쓰임'이라는 용도가 더해진 장식미술이 순수미술에 비해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일것이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18세기 유럽 장식미술의 정수를 보고 나니 더욱 그러하다.
예전에 영국에 갔을때 셜록 홈즈 박물관을 찾은 적이 있다. 소설속 가상의 인물이 살았던 가상의 공간이 현실로 꾸며져 있던 그 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언제라도 셜록이 나타나 담배를 피우고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14곳의 저택과 박물관에서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집을 자신의 무대처럼 꾸며놓은 레이튼 하우스나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할때조차 창문너머의 풍경과 그림의 풍경을 함께 감상하기 위해 액자의 높이를 조절해놓은 페트워스 하우스는 특히 더 그랬다. 다양한 사조의 액자가 높이별로 구별되어 있어서일까? 페트워스 하우스에 가면 단순히 시선의 각도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을 움직여 감상해보고 싶어졌다.
프리메이슨을 상징하는 모티브가 여기저기 숨겨져 있다는 치즈윅 하우스는 그 강렬한 색감이 기억에 남았다. 마치 짜여진듯 비슷비슷한 공간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과 달리.. 그때는 정말 공간에 색을 사용하는 것이 과감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나만의 색을 담은 그리고 나 스스로가 미장센을 꾸밀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였다. 또한 영국에서 프랑스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었던 윌리스 컬렉션은.. 로코코 시대 공예의 화려함과 우아함속에 흠뻑 빠져들게 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칼라일 하우스의 데쿠파주 병풍이다. 칼라일의 아내가 직접 남편과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로 구성했다고 하는데.. 저자와 비슷하게 나 역시 나의 것을 만든다면 어떤 느낌이 나올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행여 텅텅 빈 공간만 가득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순수미술뿐 아니라 장식미술도 함께 맛보아야 한다는 최지혜님의 깊이있는 설명과 머리묶는 끈마저 30개를 갖어와 옷과 맞춰 완벽하게 코디를 하는 손성덕님의 센스있는 사진이 만난 이 책을 통해 장식미술의 멋속으로 픔뻑 빠져들수 있었다. 장식미술은 일상생활이라고 말하지만.. 책을 읽고나서의 느낌은.. 역사이고, 사회이고, 문화이고, 정치이고, 경제이고.. 아니 그냥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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