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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의 연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밥먹을때조차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정도로 소설에 빠져들기는 정말 오래간만이다. 그것도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하는 미스테리나 추리소설이 아닌 60년대에 발표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두 형제의 사랑과 인생이야기였음에도.. 400여페이지의 짧다고 할 수 없는 분량임에도 빠른 전개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람들간의 관계 그리고 밀도깊은 심리묘사 덕분에 손에 잡는 순간 다 읽어버릴 수 밖에 없는 몰입감을 갖고 있는 [그 형제의 연인들] 1960년대 대구일보에 연재되었던 박경리 선생님의 초기작품이라고 하는데.. 왜 박경리님이 한국문학의 대모가 될 수 밖에 없는지 느낄수 있었다. 뭔가 옛스러운 말투와 배경이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도리어 내가 그 시대로 빨려들어간 듯한 착각마저 든다. 아니.. 배경과 말투만 조금 수정한다면 요즘 출판된 소설이라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세월마저 멈춰버린 듯한 삭막한 사막을 닮은 남자 인성, 그리고 열정이 넘쳐흘러 뜨거운 불같은 남자 주성.. 극과 극을 달리는 형제이지만 이들의 사랑은 닮아있다. 미래가 없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의 늪에 빠져들면 들수록 형제들은 점점 바보가 되어가며 서로를 닮아간다. 사랑과 사람 그리고 삶이란 무엇일까? 삶을 살아가다보면 한 번쯤은 갖게 되는 의문들에 대한 수많은 생각들이 부딪치고 흩어져가는 듯 했다.
폐를 앓아.. 아 왠지 이 표현이 잊혀지지 않는다. 결핵이나 페병도 아니고.. 폐를 앓아.. 박경리님의 책에서 볼 수 있는 어투들이 참 좋다. 어쨋든 폐를 앓아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니힐리스트 규희를 만난 인성은 드디어 사막같은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에도 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샘을 발견하는 순간 그는 "인간에 대한 시정이며 향수"인 인력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평범한 죄밖에 없는 부인 현숙이 있다. 참 슬프지 않은가? 그저 평범할 뿐인데.. 그것이 죄가 되는 여인 현숙..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으로 인해 변해가는 인성의 모습에 그녀가 느끼는 고통은 너무나 슬프다. 굳이 따지자면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인성과 규희 역시 마냥 미워할 수 만은 없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다 그러하다. 다 제각각 행복해지고 싶을 뿐인데.. 그것들이 부딪치기만 해서 아프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기에 그런 것일까? 그리고 젊고 견실한 사고를 갖고 있던 주성이 바보가 되는 병에 걸려버리는 사랑..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 그것이 더욱 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