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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스콧 허친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 제목과 사랑스러운 표지, 그리고 아버지의 기억을 가진 로봇이라는 컨셉때문일까? 좀 알콩달콩한 칙릿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두둥.. 1인칭 주인공 시점(급 고등학교 문학 수업 느낌) 으로 등장하는 닐 바셋 주니어. 그는 30대 이혼남으로 오래된 남부집안의 전통에서 벗어나 캘리포니아에 자리를 잡고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책임을 이행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불행한 유일한 이유는 방안에 조용히 앉아 있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라는 아버지가 자주 인용하시던 파스칼의 말을 언급할 정도로 상당히 건조하고 담담하게 다가오는 인물이였다. 처음에는 참 낯설고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어떻게 읽어나갈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점점 그의 매력속으로 풍덩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로봇역시.. 내가 상상한 로봇 앤 프랭크나 혹은 A.I.아니면 뭐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인공지능 로봇의 모습도 아니다. 굳이 비슷하게 찾자면.. 심심이..? ㅎ 아니, 심심이의 미래형이라고 해야 할듯.. 그저 논리적으로 대응하여 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 컴퓨터와 좀더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수 있게 하려는 아리엔트 시스템. 인공지능 컴퓨터가 적당한 대사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컨텐츠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20여년동안 5천페이지의 글을 남긴 닐바셋주니어의 아버지의 일기를 활용하고자 했고, 그 컴퓨터.. 통칭 닥터바셋과 대화를 하며 언어적인 오류를 수정하는 일을 그의 아들인 닐 바셋 주니어에게 맡긴다.
프로그램으로 존재하는 아버지와 일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닐.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아버지가 살아계실때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지기만 했었다. 그래서일까? 아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닥터 바셋에게.. 닐은 '그들은 행복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책을 읽다보니.. 그 질문은 닐의 아버지가 정말 궁금해했던 일이였고, 그리고 닐 자신도 가장 궁금해했던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더 아버지다워지는 프로그램과 대화를 즐기게 된 닐은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도 하나하나 다 털어놓고, 지나가는 사랑과 다가오는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권총자살로 겪었던 정체성의 혼란도 조금씩 극복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더 인간다워지는 닥터바셋과 닐에게도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더이상의 스포일러는 그만~ㅎ
사랑.. 그것은 남녀간의 사랑일수도 있지만.. 가족간의 사랑, 사람과 사람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거기에 쓸만한 이론은.. 없다. 사실 없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하나쯤은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때 나는 바쁘신 아빠에게 거의 매일 편지를 쓸만큼 아빠에게 할 말이 참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날때 쓰는 조그마한 카드 한장을 채우는 것도 힘겨워할때가 있다. 오늘은 그냥 작은 일이라도, 반복되는 일상처럼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라도 아빠에게 건내봐야겠다. 이것이 내가 찾은 사랑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