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다나베 세이코.. 나는 그녀의 팬이다. 일본인.. 특히 일본여성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한국인인 내가 읽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절묘한 글솜씨를 갖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그녀의 책을 읽으면 간질간질하다. 그 표현이 딱이다. 내가 드러내고 싶은 면, 애써 숨겨두고 싶은 면을 다 건들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달콤하면서도 짓궃은 느낌이랄까..
이번에 읽게 된 '서른 넘어 함박눈'은 단편집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터라.. 구입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다 다른 책을 구매하며 함께온 책자에 9개의 단편중 '깜짝 우동'이라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었다. 엄마와 딸사이.. 그 미묘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참 미운딸이였던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며 어느새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느낄때가 있다. 그리고 철없던 어린시절과 다르게 지금은 그것이 전혀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 소소한 다툼끝에 가출한 엄마를 찾아다니는 딸.. 그렇게 엄마와 대립각을 세워놓고도.. 공원에 후두커니 앉아 울던 미카코에게 한 남자가 나타나 엄마찾기에 동행해준다. 문득..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엄마와 딸은 같은 것이 세포분열해서 두 개로 나뉜 것 같다." 정말 그렇다. ㅎ 엄마를 찾아다니다 자신의 짝을 만난 미카코의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고 바로 책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사족이라면 엄마는 아주 편하게 여행을 즐기고 계셨다. ㅎ
혼자 여행을 떠나 "지금 몇시예요?"라는 질문으로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 하지만 현실은 그저 질문의 연속일뿐이고 그녀는 늘 공상에 빠져있다. 그러다 만나게 된 한 남자.. 그는 "지도 보여주세요"라며 말을 건내는 남자이고.. 그렇게만 보면 두 사람은 천생연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가정이 있는 남자라는게 함정. 그래도 어떤가? 여행은 혼자하기에는 너무 외롭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만났으니.. 잠시나마 그 여행이 즐거우면 다행일지도.. 첫번째 이야기와 두번째 이야기 '루미코의 방'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정말 잘 보여준다.
그리고 '쉬운 남자가 좋은 남자'역시 그런 느낌이였다. 물론 내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린다면..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당장 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막상 그렇게 된다면 어떨까?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애매하다. 그 사람의 사랑은 변했을지 몰라도 나의 사랑은 여전하기에 더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깊어질수록 더 그럴지도.. 날 어렵게 한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그녀가 생각하는 남자관은 참 마음에 든다. 날 편하게 해주는 남자.. 나에게 아직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남편이기에.. 내가 나다울수 있게..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은 그럴때가 있다... 아니 많다. 역시 인생은 영화가 아니야.. 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게 된다. 생각해보면 연애때보다 결혼해서 더 그 횟수가 많아졌다. 서른 넘어 알게 된 인생의 맛.. 그것은 초콜릿같다. 달콤하지만.. 한편으로는 쓰기도 하고, 시기도 하고, 텁텁할때도 있고 그렇게 더 맛이 깊어지기만 한다. 현실과 닿아있는.. 아니 저 깊은 곳까지 다가온 9가지의 연애이야기를 읽으며.. 나의 핑크빛 환상이 깨지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위안과 동질감이 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