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자유의지란 환상이다.. 상당히 도발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일까? 표지마저 강렬한 붉은 색이다. 이 책에서는 '사고(思考)와 의도(意圖)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배경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라고 말한다. 그 배경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이 되지 않고 있기에..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쪽으로도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도대체 그 배경원인이 무엇일지가 제일 궁금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찾을수 있는 답은 '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리학자 벤저민 리벳이 수행한 뇌파검사나 두뇌스캐너를 이용한 실험에 따르면 피실험자의 행동을 80퍼센트의 정확도로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즉.. 내가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행동을 결정했고, 뇌의 결정을 의식하는 과정을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뇌의 활동 역시.. 그저 나타나는 것이라는 것이다. 행동과 충동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나의 행동의 의식적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책임 역시 면피가 가능할 것 같다. 심지어 내가 피해자를 자처할 수도 있다. 이는 장기들의 대부분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사실.. 갑자기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럴 경우에 나는 피해를 입은게 된다. 이런 논리로 볼때.. 뇌가 결정한것이기 때문에 그 역시 피해자의 입장에 설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거기다, 뇌라는 것은 내 몸안에 있는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딜레마에 빠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샘 해리스는 이런 나의 혼란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해주었다.

 

우리는 태풍을 통제하지 않고 있으며, 그 태풍 소게서도 행방불명되지도 않는다. 우리 자신이 바로 그 태풍이다.


마치 태풍과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자유의지의 허구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자유의지의 허구성에 설득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책 자체가 바로 자유의지의 허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자신이 책을 집필할 때의 상황에 맞추어 자유의지를 부정한 독특한 결말부분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책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그렇다. 나는 배가 고프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핵심을 짚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이 주제에 관해 더 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대체 '여기 어디에' 자유가 있단 말인가.

 

 

이 결말을 읽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것 자체가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의 반증일수도 있다. 이 책을 읽어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거 같지 않다. 그러니.. 대체 '여기 어디에' 자유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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