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상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 상실에 대한 153일의 사유
량원다오 지음, 김태성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며..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when you look long into an abyss, the abyss also looks into you" 그대가 오랬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 본다.. 상실의 심연에서 153일간의 사색을 글로 남긴 량원다오의 글이 내가 애써 얼려놓았던 힘든 감정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슬픔을 이야기하며 물속깊이 깊이 던져버려야 한다고 했을때.. 애써 얼려놓았던 나의 슬픔들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대로 수장되길 바라며.. 글을 읽어나가고 있었다. 나는 량원다오처럼 슬픔을 마주하고 사색할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닌거 같다. 그래서 그의 글이 매력적인 것 같다.
누군가의 존재가 나의 인생에서 흐려진다는 것은..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인생에서 지워진다는 것은 참 슬픈일이다. 심지어 연인들은 서로에게 따로 별명을 지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서로만이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던거 같다. 물론.. 그 후로는 애칭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소중했던 우리만의 이름들이 그저 먼지처럼 굴러다니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아비정전을 보고 그가 쓴 글을 보며 나의 어리석음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겠어" 나 역시 이 말에 내 인생이 걸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량원다오는 말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우리 역시 우리가 아니라고.. 그것이 맞다. 우리는 이미 너무나 변해왔고 그리고 그 모습을 그저 받아들일수 없었던 것 뿐이다. 처음 그를 만났을때의 그 아름다운 순간속으로 그저 돌아가고 싶었던 욕심이였을 뿐..
난 늘 지나간 사랑을 애써 외면하려고만 했다. 지금은 행복하니까.. 지금은 나만 바라보는 남자와 함께니까.. 그런 이유로 나의 상처를 자꾸만 저 멀리 밀어버리기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상처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호모 트리스티아.. 삶의 깊이란 곧 슬픔의 깊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슬픔을 애써 모른척 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신기했던 것은 슬픔과 마주서는 순간이 슬프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량원다오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의 감정, 생각, 일상, 심지어 그거 갖고 있는 질병까지 알 수 있다. 그냥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 듯한 느낌마저 들때가 있다. 그리고 그가 읽은 책, 그가 본 그림, 그의 여행까지 함께할 수 있는데.. 그가 좋아하는 그림.. 에드워드 호퍼의 [빈방의 햇빛]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람이 떠나고 방은 비었지만.. 햇빛은 여전한.. 내가 사라져도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거라는 그 모습.. 어쩌면 내 인생에서 그 사람이 떠났을때 마치 세상이 끝난거처럼 느껴졌어도..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