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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박영택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그림을 보러다는 것은 나의 오래된 소일거리중에 하나이다. 힐즈에 살때는.. 모리미술관이 정말 가까워서.. 거의 매일 구경을 다니곤 했다. 사실 그림을 잘 볼줄 아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작품같은 경우에는 설명을 보고 이해하는 수준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내 느낌대로 본다. 특히..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좋아하는데.. 그 그림은 내가 어떤 순간에 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백번을 봐도 또 다른 느낌이랄까? 그림을 보면서 난 늘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을 내려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박영택님의 [하루]를 읽으며 그림을 보는 또다른 방법을 맛보게 되었다. 그동안 그림을 볼때.. 작품을 사이에 두고 작가와 내가 마주보고 서있었다면.. 이제는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일상을 기록한 것이다. 매일.. 그날이 그날 같지만.. 결코 반복될 수 없는 일상. 그 한장면이 담겨져 있는 작품들을 박경택님의 글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그림에 대한 소개가 한참 이어진후에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되는 그 이미지들.. 그래서 작품을 보게 되었을때 더 반갑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기에.. 그림의 질감을 제대로 느낄수가 없다. 하지만 섬세한 글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피던 나에게는 그런 질감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노트는 한폭의 그림속에 담아놓은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아 좋았다.
김경덕의 <일상,보물>과 전영근의 을 화랑에서 만났다면 무덤덤하게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방이 누군가의 인생을 이야기해준다는 설명과 화가가 자신의 삶의 공간에 함께 살고 있는 사물에 주목했다는 것을 이해하니 다르게 느껴졌다. 과연 내 방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보일까? 라는 의문도 생기고..
이면혁님의 <도시 야경이 보이는 8층 Bar>같은 경우는 화랑에서 만났다면.. 바로 구입을 했을것 같다. 내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았던 작품이다. 도시의 화려함, 속도, 욕망, 광란, 절제되지 않는 감정들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흘러넘치는 듯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지만.. 어느새 사람이 도시에 잠식되어 버린 느낌..
서상익님의 <엄마의 정원>이라는 그림은 슬펐다. 보면서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다. 꽃무늬 벽지도 꽃무늬 이불도 그리고 그 속에 홀로 남겨져 멍하니 TV를 보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도.. 그저 슬펐다. 그렇게밖에 존재할 수 없는 그녀의 정원이 너무 가슴아팠다.
"화가란 존재를 바라보는 자이고, 바라본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림을 바라보는 자였던 것일까? 문득 존재를 바라본 화가의 그림을 바라보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