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 까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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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나온 프랑스 파리, 그리고 그가 찾아간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우연히도 나 역시 이 두곳을 다 가본적이 있다. 그리고 그 두곳의 인상을 이야기하라면.. 너무나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너무나 고요하여 아름답다.. 라고 할까? 첫인상은 달랐지만, 결국 나에게 남은 인상은 뜩같았던.. 두 곳에서 생활을 하며 글을 쓴 이 책의 저자가 조금은 부럽긴 하다. ㅎ
문득.. 예이츠의 [The Lake Isle of Innisfree]라는 시가 떠오르긴 하지만.. 파리를 'pavement grey'라고 수식하긴 조금 미안하니까.. ㅎ 소로우의 [월든]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조금은 더 일상적이라는 느낌의 에세이..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 숲에서]는 바이칼 호수의 오두막에서 겨울과 봄을 지내며 남긴 일기이다. 나 역시 거의 매일 쓰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쓰기는 쉽지 않을듯 하다. 내 일기는 그저 단상이나 무제라는 제목을 붙이면 딱 좋을 듯 한 글이라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면 미친걸까? 라고 할지 모른다. ^^*


어쨋든 프랑스의 뛰어난 여행작가이자 에세이스트라는 수식어 답게 실뱅 테송의 일기는 고요한 바이칼 호수에서의 은둔의 기록이고 또 한편으로는 바이칼 호수가 나의 첫인상처럼 고요함을 넘어선 적막함으로만 감싸여져 있다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바이칼은 몽골어로 자연을 뜻하는 바이갈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딱 정답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의 글을 읽으며 내내 머리속에서는 고요하기만 했던 바이칼 호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시간이 멈추고 공간이 갇혀버린 듯한 그 곳에서 실뱅 테송이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들을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워다. 그가 읽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어쩌면 직접 자연속에서 홀로 살아가며 자연과 인간을 다룬 책과 함께 하기에 더욱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혼자 있으면 나 자신의 성분만을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라는 루소의 말을 실제로 경험하며 깨달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특히.. 그가 갖고 있는 사람과 자연에 대한 태도가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자연을 관조하고 필요한 것을 얻지만 그것을 복속시키겠다는 야심은 품지 않는다는 은둔자, 은둔자로 즐길수는 있지만 개척자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오두막.. 그가 여러가지로 정의하던 은둔자와 오두막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난 한번이라도 그런 자세로 세상에 서있었던적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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