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 보이는 게 아니라, 지금 보고 싶은 것을 썼습니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이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 책의 모티브가 어린시절 많이 읽게 되는 전래동화 '원숭이와 게의 전쟁'에서 가져왔다는 것에 입맛이 쓰기도 했다. 책 말미에 등장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다시 이 소설의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도 인상적이였다. 나 역시 어린시절도 할아버지의 무릎위에서 듣게 되었던 전래동화는 '권선징악'이나 '고진감래'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상은 어린시절 꿈꾸고 배웠던 모습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여정이랄까? ㅎ
일단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サルカニ合戦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이야기를 조금 아는 것이 좋다. 사실 토토로를 보다가 이 동화를 접하게 되었는데, 게가 갖고 있던 주먹밥을 탐내며 자신이 갖고 있던 감씨와 바꾸자고 감언이설을 하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결국 감씨를 가져간 게는 그 감씨를 심어 감나무로 키워낸다. 그 감나무에 열린 감에 욕심이 난 원숭이가 게를 죽여버리고.. 게의 자식들이 원숭이에게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게의 자식과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영악하게 세상을 이용하며 살아가지는 못한다. 좋은 직업을 갖은것도 아니고, 교육을 잘 받은 것도 아니고, 그러나 너무나 평범한 사연을 갖고 있는 호스트나 술집 심부름꾼, 마담, 호스티스..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한다. 그것이 참 가슴이 아팠다.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고.. 평범한 행복을 원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그들은 우연히 비리를 목격하게 되고, 협박해 한몫 잡아보려고도 하지만.. 도리어 이용당하고 조롱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중요한 반전이 있다. 그 반전은 이미 동화속에서 힌트로 제공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일본의 여러지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군을 그려내며, 정말 일본의 정치, 문화, 사회, 경제, 지역의 극과 극을 오가며 전개되는 작품이랄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권력에 대항한다.. 이런 이야기는 다양한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등에서 다루어졌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정치를 풍자하고 조롱하는 시점을 정말 입체적으로 풀어낸 작품이기에 책을 잡는 순간부터 내려놓을수 없었다.

작가의 글대로 책을 읽는 것은 그 어떤 순간에도 즐길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을 자주 만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그의 작품을 만난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 해야 할 듯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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