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은유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집과 에세이의 만남.. 이거 참 흥미롭다. ^^* 사실 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학창시절 배운 시나, 한참 사랑에 관련된 시가 유행할때 많이 봤던 예반의 시집말고는 나에게는 시는 가까웠던 적이 없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대학교때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을 읽고 레포트를 작성하라고 했을때부터 시와 더 멀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시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오로지 정답맞추기에만 열중해서 학창시절을 보내온 나에게는 정답없는 시를 갖고 레포트를 써야하는게 참 힘들었다. 하지만.. 일상을 스케치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만나는 시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위생종결자라고 하는 시어머님의 살림살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유난히 프로 주부같으신 나의 시어머니가 떠올랐다. 물론.. 시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직장상사와 숙박 면접을 보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영 살림에 미숙한 나로서는 신경이 쓰이곤 했었다. 행여 남편이.. 속으로 비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 이 이야기에 담겨진 시는 바로 유하의 [달의 몰락] 이였다. '순식간에 비정상인으로 전락한다.'라는 구절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질서정연한 시어머님의 살림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렇게 잘 표현하는 한마디가 있을까? 어쩌면 시를 읽는 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 감정을 찾고, 또 나만 그렇게 느끼며 사는게 아니라는 동질감과 위로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드걸.. 사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겉모습은 늙었을지 몰라도 마음만은 소녀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올드걸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의 주체"라는 저자의 정의 그대로 말이다. 사실 난 이 책의 저자인 은유님 만큼 시의 풍요를 제대로 누리며 성장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변화하는 것.. 또 그만큼 나 역시 변화하는 것..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다르다는 것.. 그런 사실에 안타까워하고 한탄하기보다는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 라는 시구절 함께 생각에 잠기는 것이 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수 있는 길이 아닐까?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