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고 - 현대인들의 부영양화된 삶을 꼬집어주는 책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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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bberland.. 이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파렐리가 현대사회를 상징적으로 정의한 말이다. 'blubber'란 (고래 등) 해양 동물의 지방을 이야기한다. 즉 , 물질적 풍요와 부의 상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부가 너무 넘쳐흘러버린 세상을 이야기한다. 한때는 희망과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발전과 풍요로움이 이제는 도리어 우리를 좀먹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비만이 확산되면서 마른 몸을 숭배하는 현상이 퍼지는 것이다. 그리고 육체적인 면 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러하다. 원하다라는 말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갖던 때를 지나 이제는 원하다라는 말이 오로지 원한다.. 혹은 더 원한다.. 라는 의미를 갖는 현대에 와서 사람들은 점점 더 불행해진다. 그렇게 우울증이 확산되면서 도리어 행복 중독증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처럼 '행복'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 세상은 위험하다. 이런 현대인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말이 바로 "끊임없이 욕구와 소유의 바퀴를 맴돌며 불만과 실망의 연료로 가동되는 '쾌락의 쳇바퀴'" 가 아닐까?
나 역시 그런 쳇바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시기심이 나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평론가 메켄은 부를 '아내의 여동생이나 언니의 남편보다 최소한 일년에 100달러 더 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고 한다. 이 말을 보며 부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에서 오는 만족감이나 행복역시 그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부터 자꾸 동료들과 날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에 대한 숙련도에 관계없이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을 보고 '저 사람은 저렇게 잘 하는데.. 왜 난 이렇게 부족하지..' 라는 자괴심이 생기곤 한다.
또한, 저자는 현대사회의 풍요로운 외면에 감춰진 진정한 결핍을 지적한다. 이는 미학, 도덕, 진정성, 정직성,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가 한쪽으로만 치중되어서 오는 결핍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재산으로서만 기능하고 그 가치가 부여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입는 옷이나, 사람들이 사는 집조차도 쉽게 사고 팔수 있도록 고유한 개성을 제거해버린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기 위해 교외로 간다고 하지만.. 결국은 도시의 확장을 가져온 모습 또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국적인 섬에 있는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지만 거기에서 소모하는 것들은 내가 떠나온 곳의 그것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한때는 문화라는 장난감을 갖고 놀던 우리는 어느새 육체적인 놀이에만 집착하게 되고 문화는 더욱 더 진지하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만 하게 된 현대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다. 왜 우리는 문화라는 훌륭한 유산을 저 멀리 던져두고 그저 돈과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것에만 집착하게 된 것일까?
사람을 의미하는 person은 라틴어 persona 혹은 mask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칼융의 언급대로 '페르소나는 개인의 모습과 다른 사람에게 보여야 하는 모습인 사회적 모습의 타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개념은 현대사회에 와서는 그저 인간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심지어 인간마저 재산처럼 기능하게 만든다. 이미 나 역시 Blubberland에 사는 한사람으로 회사에서의 나의 모습이 내 인생을 잠식해버리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마지막 장.. 내가 꿈꾸는 도시에서.. 저자가 언급한 '새로운 행복'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책과 여행 그리고 공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더 관심을 갖고 균형을 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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