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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시대를 읽다 - 문화투쟁으로 보는 한국 근현대사
백승종 지음 / 산처럼 / 2012년 10월
평점 :

금서.. 하면 이상하게 더 궁금해지는거 같다. 예전에 국방부에서 지정한 금서라는 타이틀에 궁금증이 더해져서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구입한 적도 있다. 국방부의 소개로 지금까지 책을 통한 만남을 이어왔으니 금서의 덕이라고 할까나? 하지만 금서로 지정되는 것은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니다.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되어서 공식적으로는 11년 그리고 실지로는 15년이라는 기간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한다. 아마.. 조정래님께서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지리산을 13번 종주한 것보다 그 시절이 더 힘드셨을것 같다. 내가 아끼는 책중에 조정래님의 작품이 3가지가 포함되는데.. [아리랑],[태백산맥],[한강]이다. 이 책에서는 [태백산맥]이 주로 언급되었지만 아마 조정래님의 이 3부작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한국 현대사의 고뇌를 탐구한 책", "허구에 사실을 섞어 역사적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이유로 힘든시절을 보내신지도..
이 책은 금서를 문화투쟁의 역사로 파악하고자 한다. 금서란.. 그 시대에 권력을 잡은 정치, 종교를 자극했기에 그런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즉 그 시대의 문제를 문학이라는 도구로 풀어냈기에 금서라는 딱지가 붙었다. 거기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의 금서는 더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진다. 그 사람의 작품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금지 딱지가 붙는다. 이 책의 저자인 백승종씨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짚을 수 있는 8개의 작품을 선정하여 강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강의에 내가 참여하고 있는 듯한 책의 어투는 도리어 백승종씨의 강의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8개의 작품중에 나에게 인상적이였던 것은 [정감록]과 [금수회의록] 과 [태백산맥] 그리고 리영희님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성과 진리를 강조했던 리영희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비판적인 사고와 성찰하는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다행히, 요즘은 책을 읽고나서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기 때문인지.. 읽는 것에서 한발자국 정도는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의 사상, 종교, 미신, 풍습.. 거의 모든것을 망라한 이야기라고 하는 [정감록]은 민중의 소망을 표현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나에게는 그저 역사시간이나 환타지 소설에 접했던 예언서 정도로만 인식되었는데.. 정감록을 통해서 조선시대 억압받던 지역과 평민지식인의 등장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내일은 산수갑산을 갈지라도' 라는 속담에서 산수갑산이 유배지고 악명높돈 함경도를 이야기하는 것이였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정감록이 서북지방에서 출현하게 된 역사적 배경이기도 한 것이다. 평안도에서 있었던 홍경래의 난도 이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예전에 역사를 공부할때 홍경래의 신분에 대한 논란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도 평민지식층이라는 말을 얼핏 들은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신소설 중에는 내가 제일 재미있게 본 [금수회의록]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금수회의록]을 쓴 안국선은 애국계몽운동도 했지만 친일행위도 했다고 한다. 그는 흔들리는 개화기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의 섣부른 실망과 작가가 친일파라는 이유로 작품을 외면했던 나의 태도 역시 한국의 금서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후대에 태어났다는 행운을 이용하여 앞 세대에게 역사의 짐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비겁하다." 바로 이 말 때문이다. 나 역시 꽤 비겁한 사람이 아니였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