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12채의 농가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에.. 고산기관포가 배치된다. 바로 제 2차 세계대전 무렵의 일이다. 한가로운 휴양지같은 그 곳에 경비대장인 페도뜨 예브그라피치는 부대원들이 주색잡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영 못마땅해 한다. 원칙주의자인 그는 술과 여자를 탐하지 않는 자들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한다. 그리고 그의 요구에 맞는 부대원들이 도착한다. 여자도.. 술도.. 원하지 않았겠지만.. 웃음소리와 비명으로만으로 그의 혼을 쏙 빼놓는 여군병사들이다. 그의 지휘를 받게 된 여군병사 5명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이 책을 처음에는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방을 교란시키기 위해 독일군 공수부대원 16명이 잠입을 하고.. 페도뜨와 5명의 여군으로 이루어진 붉은 군대의 병사들이 그들을 추적하면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흘러가게 된다. 여군병사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막막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녀들의 젊음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페도뜨지만 그의 힘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늘 윗사람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역활만을 수행했던 페도뜨였지만 이번 전투를 통해 그 역시 자신의 부하를 자기자신보다 더 아끼는 리더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좌절앞에 내 마음도 많이 아팠다. 그의 능력만을 탓하기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한 독일군은 너무 강했고, 그녀들은 너무나 젊고 약했다.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이야기는 바로 리자의 이야기였다. 페도뜨를 은근히 짝사랑했던 그녀였다. 구룽지를 타고 우회해야 하는 독일군과 달리 지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던 러시아군은 늪을 통과하여 미리 매복을 한다. 하지만 정찰병이라고 생각했던것과 독일군의 숫자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페도뜨는 그녀에게 본부에 지원요청을 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홀로 그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녀에게 함께 노래를 부르자는 약속을 하지만 그 약속은 절대 지켜질 수 없었다. 늪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리자로 인해.. 전방에 남겨진 그녀의 동료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것과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아침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붉게 타오르는 일출을 보며 자신에게도 찬란한 내일이 있을 것이라고 최후의 순간까지 믿는다.
리자뿐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까지 풀어놓는 러시아군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시키는 전쟁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무리 찬란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전쟁은.. 전쟁일뿐이다. 누군가의 내일을 영원히 멈춰버리는.. 그런 것. 러시아의 서정시인 블록의 시.. 길잃은 시절 세상에 나와.. 라는 시를 이 책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쟁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길 잃은 시절 세상에 나와
어디로 가야 할 지 막막하다.
공포의 시대 러시아 아이들
망각할 힘조차 남지 않은 우리들 .

까많게 타들어 가는 잿빛 세월 속에!
광기 서린 너희들, 희망이나 아느냐?
전쟁의 날들로, 자유의 날들로
스치는 얼굴마다 핏빛이 되었구나...

무엇보다 친절하게 느껴졌던 등장인물 설명.. ^^* 본명과 간략한 설명외에 별명이 잘 정리되어 있어서 더더욱 도움이 많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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