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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잔해를 줍다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그리스 신화.. 특히, 메데이아와 이아손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이해하는 주인공.. 에쉬의 시점으로 그려진 이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속에서 커다란 분수령을 만들어내는 카트리나가 몇년도에 있었던 허리케인인지 찾아보게 되었다. 2005년..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그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미시시피 연안에 위치한 흑인마을에서 사는 에쉬와 그녀의 두오빠.. 그리고 남동생.. 그리고 그 집에서 살다시피 하는 동네오빠들의 이야기에는 정말 절대적인 가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순간순간 느낄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두에 걸린 아이들을 캐모마일로 마시지하고..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남편을 맞이하던 엄마는 집에서 막내인 주니어를 출산하다 돌아가신다. 그 후.. 남겨진 4명의 아이들은 어느새 아빠의 폭력을 막아낼 정도로 성장하지만.. 그것은 그저 몸만 자란것이 아닐까? 농구선수를 꿈꾸지만 무릎부상을 치료조차 못하는 큰오빠 랜들은 자신의 미래가 걸린 경기에서 동생들의 싸움으로 쫓겨난다. 투견싸움으로 돈을 벌지만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개 차이나를 사랑하는 둘째 오빠 스키타는 희망을 걸었던 차이나의 새끼들을 읽게 된다. 그리고 거절보다는 받아들이는게 편하다며 동네오빠들과 어울리던 에쉬는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한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상황이지만 그 남자는 에쉬를 외면한다. 허리케인이 온다며 집안밖을 방비하던 아빠가 사고로 손을 잃게 되고.. 형과 누나를 따라당기며 자라온 주니어가 아빠의 잘린 손에서 엄마의 반지를 빼내 간직하고.. 결국은 아이들끼리 허리케인을 대비하는 상황까지 내몰리자 나도 모르게 도대체 이 아이들에게 닦친 끝없는 절망에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의 비극은 자연의 힘앞에서 더더욱 심연속으로 끌려들어갈 뿐이였다.
하지만.. 물이 차오르는 집에서 겨우겨우 가족들이 살아나고.. 허리케인으로 마을이 다 무너진 그 곳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내 한숨을 멈추게 했다. "살앗네 살았어 살았구나 살았다." 살아있다는 것.. 어쩌면 둘째오빠 스키타의 말.. "무엇에든 기회를 줘야 하잖아. 에쉬, 무엇에든.. "처럼 기회를 받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한다. 생명이란 것은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끝끝내 숨켜오던 에쉬의 비밀을 가족들이 받아들이고 에쉬 역시 자신의 실연을 인정하면서 어쩌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그 모든 좌절들 속에서 우리가 힘을 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는 가족의 힘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에쉬가 메데이아처럼 자신의 사랑을 위해 스스로를 파멸시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내 생각보다 더 강했고.. 그녀의 가족과 그녀의 주위사람들은 훨씬 더 따듯한 사람들이였다.